‘美 조선산업 다시 위대하게’ 제안

韓 전문성에 상대 목표 절묘한 연결

트럼프, 한국인들 불법체류로 체포

비자 줄테니 기술 공유 압박하지만

전략적 성장동력 확보하는 계기로

이세광 콘테스타경영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이세광 콘테스타경영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Answer first’라는 컨설팅 기법이 있다. 결론 먼저 내놓고 그다음 설명하는 방식이다. 답변 먼저 제시하고 난 후,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두괄식 구조이다. 협상 상대방 또는 의사결정권자가 원하는 명확성에 주의를 집중시키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영향력으로 협상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기법을 활용한 대표적 성공사례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의 대미 무역협상에서 승부수로 던진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MASGA’ 전략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이다.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머리글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MAGA’를 패러디한 표현이며, 트럼프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MAGA의 한가운데에 집어넣어 만들었다. 한미 무역협상 시한의 마감을 코앞에 둔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부흥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전하며 ‘MASGA’글자가 새겨진 빨간 모자로 트럼프의 시선을 끌고, 한국의 진정성과 조선업에 대한 협력 의지를 표현한 성공적 외교전략이었다. 이 모자는 동대문에서 급히 제작되어 하루 만에 미국에 있는 우리 협상팀에게 공수됐고, 트럼프는 이 모자에 직접 서명까지 했다고 한다. ‘MASGA’는 한국의 조선업 세계시장 점유율 2위로서의 전문성과 미국의 조선업 재건이라는 정책 목표를 절묘하게 연결한 기막힌 협상 카드였다. 이를 계기로 ‘MASGA전략’은 관세 폭탄을 피하고 미국과의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산업 분야까지 폭넓게 연결하여 시장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적 상징 메시지가 되었다.

그러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트럼프는 또다시 압박전략을 구사한다. 대규모 미국 투자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불법체류, 불법 취업자로 취급하여 강제로 체포하는 사태를 만들어 놓고 “한국과의 관계 좋다”며 배터리·컴퓨터·조선 등에 숙련 기술 인력을 불러 미국인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빤히 보이는 속내를 드러내 대국의 지도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우월적 위치에 있는 강자의 논리에 속수무책인 우리의 처지가 서글프다. 결국, 비자를 풀어 줄 테니 핵심기술을 공유하자는 ‘병 주고, 약 주고’ 식의 시장 전술도 서슴지 않는다.

‘답정너’ 두괄식 압박요법이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트럼프가 즐겨 구사하는 ‘막가식’ 압박 협상 전략이다. 그렇다고 이번 한미 무역협상을 마냥 비관적으로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 우선, 미국 내 조선업의 재건은 트럼프의 핵심 선거공약이었고 한국은 이에 맞춤으로 우리의 조선기술 강점을 매칭시켜 한국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연계 활용한 전략적 협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무역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협력의 재구축을 의미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은 물론 조선 기술인력 양성, 미 해군 협력프로젝트 참여, 유지보수(MRO), 시스템 재구축 등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 첨단산업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 전략적 성과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협상 타결로 한국은 주요 수출 산업에 대한 보호와 동시에 대미 수출관세 15%와 더불어 쌀·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 없이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대규모 투자유치 및 구매보장, 중국과의 해군력 군비경쟁력을 확보한 괜찮은 협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업은 과거의 단순한 선박건조 산업이 아닌 AI, 자율운항, 디지털트윈, 친환경 연료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철저한 설계와 강력한 화력을 갖춘 조선의 최강 전함이었으며, 전세계 해군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군함으로 평가 받고 있다. MASGA를 기회로 글로벌 친환경 조선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순신 정신과 거북선 DNA를 이어받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명실상부한 조선업 세계 최강국의 위상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이세광 콘테스타경영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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