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에 양육 즐거움 못 누려

요즘 싱크·딩크족 늘어나는 추세

‘장래 희망’에 거창한 직업 대신

‘행복하게 어우러져 살기’ 어떨지

사랑하는 이와 가정 이루는 기쁨을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어렸을 적 해가 지도록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어머니는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때고 계셨습니다. 저녁밥을 하시려는 것이었지요.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아이고, 내 강아지!’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저도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가 꼬옥 안겨 어머니 냄새를 맡곤 했습니다. 겨울날 학교에서 혹은 놀다가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아랫목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언 손을 호호 불어주시면서 어떻게든 아들의 손을 녹여주려고 하셨지요. 그럴 때도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머니 냄새를 맡곤 했습니다. 때론 잘못한 일로 혼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품은 언제나 넉넉했지요. 평생 어머니와 함께라면 행복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나는 커서도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거야. 엄니랑 함께 살 거야.” 그 말을 들은 어머니도 싫은 표정은 아니셨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지요. “그런 얘기하는 애들이 꼭 나중에 일찍 결혼하더라. 우리 아들도 그러는 거 아냐?” 저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늦게나마 결혼을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면 과연 어머니가 좋아하셨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요. 제 아이들은 모두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저나 아내에게 결혼을 하지 않고 저희와 같이 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지요. 만약 요즘 아이들로부터 커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요.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화들짝 놀랄 수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요즘은 말뿐만이 아닌 실제로 결혼을 하지 않는 싱크(Single Income, No Kids)족들이 늘었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들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지요. 싱크족이나 딩크족이 늘어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경제적인 요인과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이 주요 요인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인 요인은 아마도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겠지요. 이 대목은 국가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국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양육비 부담이 커졌고 양육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교육비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니까요.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은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우리 사회가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도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면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그보다 일찍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부터 대도시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하지만 일찍 집을 떠난 친구들이 나중에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더 행복하게 살았는지는 확언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늦도록 집에 남아 부모님과 함께 산 친구들이 더 행복하게 산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이 가족(家族)이고,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식구(食口)이지요.

가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흔히 ‘의사’, ‘대통령’, ‘군인’, ‘경찰관’ 같은 직업들로 답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어보는 사람도 그런 대답을 듣고자 묻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장래 희망란에 그런 답들을 적어 넣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언제부터인가 대답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거창한 직업 대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하기 시작했지요.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많은 돈을 가졌다고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그게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고 꿈이 아닐까요. 저는 그 시작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쁨을 가져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우리가 수단과 목표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용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