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임대주택 1만5천가구 ‘빈집’ 인데도

취약계층 주거사다리 맞벌이 부부엔 가혹

일부 까다로운 요건, 수요와 미스매칭 불러

기준 현실화로 사각지대 중장년에도 기회를

황준성 경제부장
황준성 경제부장

30대 후반의 한 후배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흙수저조차 기댈 수 없는 형편에 그래도 성실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취업에 성공, 8년간의 직장 생활 만에 이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 한다. 비슷한 형편의 가정에서 자란 예비 배우자도 성실함을 무기로 어느덧 직장에서 6년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직장 위치가 서로 크게 달라 대중교통이 원활한 곳을 신혼집으로 고려 중인데 이들 지역의 아파트 전세는 치솟은 부동산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후배 예비 부부가 사회 생활동안 전전했던 원룸을 떠나 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희망을 품은 곳이 바로 국민임대주택이다. 평수는 작지만 둘이 살기 충분하고 무엇보다 보증료와 임대료가 낮기 때문이다. 마침 원하는 위치에 모집 공고도 올라왔다.

하지만 신청 자격을 보자마자 희망은 이내 사라졌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이 아닌 중견급 기업에 다니는데, 둘의 소득으로는 국민임대주택에 신청서 조차 내밀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에 나름 성공한 것이 둘에게는 화근으로 돌아왔다.

현재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2인가구 월평균소득 기준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소득의 80%인 438만1천602원이다. 사회초년생이 아니라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재직해도 맞벌이 부부가 이를 충족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자산 3억3천700만원 이하 보유·자동차가액 3천803만원 이하 보유의 신청 기준으로 제한선을 두고 있지만 부모에게 기댈 수 없는 이 후배 부부와 같은 경우에는 있으나 마나 한 얘기다.

이들은 결국 소득 기준이 조금 더 완화된 행복주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임대보다 수가 적어 경쟁이 더욱 치열한 탓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중견 기업의 직장 생활 15년 차에 갓 40세가 된 또 다른 후배도 원룸 생활을 떠나고자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했다가 최근 떨어졌다. 보유 자산과 자동차가액은 기준보다 훨씬 낮지만 소득 기준이 조금 넘어 고배를 마셨다. 1인 가구가 신청할 수 있는 월평균소득 기준은 323만8천348원 이하다.

이처럼 정부가 취약 계층의 주거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부모 도움 없이 자립한 대다수 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 오랜기간 노력 끝에 이룬 취업으로 벌고 있는 급여가 주거사다리의 발목을 잡는 꼴이다.

물론 혹자는 정부가 정한 기준을 넘게 벌면 임대주택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중견·중소 기업 재직자가 자력으로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복권이 되지 않는 한 꿈에 가깝다.

또한 주택이 마련되지 않는 한 결혼, 출산 등은 사치로 느끼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정부의 제도고 이중 주거사다리의 역할이 임대주택인데 현실적이지 못한 소득 기준이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4050세대는 매번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임대주택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 6개월 이상 임차인을 찾지 못한 임대주택이 전국에 3만9천800여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도 1만3천200여 가구, 서울 400여 가구, 인천 860여 가구 등 심지어 수도권에는 임대주택 1만5천가구가 빈집으로 남아있다.

이를 보면 소득 등 일부 까다로운 요건이 수요와 미스매칭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깊게 든다. 당연히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은 필수다. 다만 중장년층을 위한 주거사다리를 넓히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엄청나고 획기적인 제도와 정책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인 소득 기준 구간을 재설정해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에게도 기회를 주길 바란다.

/황준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