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주 경제부 기자
구민주 경제부 기자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어린 고래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관계자들이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부검에 들어갔다. 충격적이었다. 고래 몸속에서 플라스틱 컵 뚜껑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두고두고 나의 기억 속에 남았다.

고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영상으로 사진으로 그들의 표면적인 모습을 봐왔을 뿐이었다. 넓고 깊은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최상위 포식자. 적도에서 극지방까지 헤엄치며 살아가는 자유로움. 라이프오브파이나 프리윌리 등에서 보던 하늘아래 솟구치던 단단하고도 유연한 생김새는 환상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고래는 나와 관련 없는 환상 속 존재가 아니었다. 입을 크게 벌려 물을 빨아들인 뒤 먹이만 섭취하고 물을 빼내는 수염고랫과들은 미세 플라스틱 등의 바다 쓰레기를 먹게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어린 고래의 몸 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 이유다. 어느 생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고래 역시 인간이 버린 오염물질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들에게서 나오는 여러 종류의 쓰레기는 이미 바다와 해양동물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쌓여가는 독성물질, 기생충 연구 등을 포함해 바다 생태계에 무슨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를 우리는 고래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 고래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는 미흡한 시스템과 관련법 등으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죽은 고래를 제발 1시간만 부검하게 해달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던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사연들을 듣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고래의 부검으로 먹고 사는 수의사가 국내에 단 두명뿐이니 수업을 듣는 제자들에게도 선뜻 직업을 권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NGO를 만들고 ‘고래야 금방 갈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이 대표의 열정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나서길 주저하지 않은 ‘선구자’와 ‘개척자’, 우리의 ‘관심’과 ‘연대’라는 단어가 마음에 또 한 번 아로새겨진다.

/구민주 경제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