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마의 산’ ‘제3병동’…
소설속 다양한 감염병 서사 담아
코로나 시기 여러 장르 작품 등장
증상·백신 등 과학적 접근도 풀어
■ 미생물로 쓴 소설들┃고관수 지음. 계단 펴냄. 360쪽. 2만2천원
도시 전체를 봉쇄한 집단적 공포를 다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결핵 환자들이 모인 요양소를 통해 질병의 발현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그려낸 토마스 산의 ‘마의 산’, 병든 육체와 사회적인 억압을 보여준 김정한의 ‘제3병동’.
문학에서 포착한 세상사의 단면에는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돼온 각종 질병이 등장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을 이끄는 주된 요소인 경우도 있다.
미생물학자인 고관수는 소설 속 감염병을 주제로 한 책 ‘미생물로 쓴 소설들’로 독자들을 찾아온다. 오는 15일 출간을 앞둔 이 책에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인 차별과 연대, 혐오의 방식을 바꾼 다양한 감염병의 서사가 담겨있다.
책에서 주목한 감염병은 결핵, 콜레라, 매독, 인플루엔자, 광견병 등 총 14가지다.
그중 현대인들의 일상과 맞닿아있는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마스크로 코와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 시대’라는 섹션을 들춰봤다. 이 섹션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그려낸 여러 장르의 작품이 등장한다.
미국의 인기 스릴러 작가 마이클 코넬리가 쓴 ‘변론의 법칙’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대해 “세상이 혼돈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은 위기가 곧 지나갈 거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바이러스 전문가는 팬데믹에 대비하라고 권하고 있었다”라고 묘사했는데, 책에서는 이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의 상황을 되짚어본다.
소설가 윤고은이 낸 ‘도서관 런웨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현재진행형으로 다뤘다는 점도 언급됐다. 책에서 인용한 ‘도서관 런웨이’ 속 구절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숨이 위협이 되는 시대, 마스크로 코와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 시대, 안경을 쓰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 위험이 적어진다는 통계가 읽히는 시대…거리두기의 시대에 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유예하지 못하고 의심하지도 못하고 그 위로 미끄러졌다.” 이처럼 과학자의 시선으로 읽어내려간 책속 구절을 소개하면서 과학과 문학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작가는 감염병의 역사와 증상, 백신 등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도 풀어내고 있다. 그는 감염병의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예상치 못한 질병의 등장은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미래에 올지도 모르는 질병, 즉 감염병 X에 대해서도 썼다”며 “이 마지막 장은 잘못된 내용이라는 게 판정 나서 나중에 지워 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경고는 경고로서 가치가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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