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곳곳에서 미성년자 약취·유인 시도가 잇따르자, 학부모들은 ‘유괴 공포’에 떨고 있다. 위치 추적 앱은 이제 등교 필수품이 됐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안돼요’, ‘싫어요’라고 거절해야 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면 ‘도와주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쳐” “낯선 차는 절대 타면 안 돼” 불안한 학부모들은 등굣길에 나서는 자녀에게 신신당부한다. 도움요청 수신호까지 가르치다 보면, 아침 인사는 점점 길어진다.
서울 홍은동 한 초등학교 인근, 책가방을 메고 걷고 있는 초등생 둘 옆으로 SUV 차량이 따라붙었다. 차창이 열리고 낯선 어른들이 말을 걸었다. 멈칫한 학생들은 뒤돌아 황급히 도망갔다. 지난달 28일 CCTV에 담긴 미성년자 유괴 미수 현장이다. 중·고교 동창인 20대 남성 3명은 4분 사이에 4명의 저학년 학생들에게 세 차례나 말을 걸었다. “장난삼아 그랬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은 어처구니없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해프닝’으로 결론 내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어설픈 조치와 가벼운 처벌은 제2, 제3의 범죄를 부를 뿐이다.
지난 9일에는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남자 고등학생이 저학년인 여자 초등생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피해 학생의 입을 막고 목을 조르며 끌고 가려다 실패했다. 같은 날 인천 서구 청라동 한 도로에서는 달리기를 하고 있던 여중생에게 60대가 차를 탄 채 접근했다. “힘들어 보여서 도와주려고 했다”는 변명은 기가 차다.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약취·유인 범죄는 316건이다. 이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233건으로 73.7%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58건보다 75건 32%나 늘었다. 통계에는 허점이 있다. 국가범죄 통계에서 금품 갈취, 성범죄, 인신매매 등 세부 집계가 없다. 피해자 연령별로 범죄유형도 분류되지 않는다. 범죄의 목적과 유형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으니 대책도 허술할 수밖에 없다.
범죄 중 최악의 범죄는 아동 유괴다. 경계심이 적고 자기결정권이 부족한 아동은 유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무방비 상태의 아동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유괴는 비열한 범죄다.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고, 가정과 사회를 파괴한다. 공동체의 연대책임으로 촘촘한 감시·보호망을 갖춰야 한다. 학부모들은 책가방에 인형 대신 호신용품을 달아줘야 할지 고민이다.
/강희 논설위원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