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대교 vs 영종하늘대교, 실익 없는 ‘다리 이름’ 줄다리기… ‘3천억 혈세’ 부담은 수면 아래
영종·청라 아파트 분양가에 사업비 포함… 연말 준공
서구·중구, 소속 지역명 노출 주장하며 서로 맞서
인천시 지명위 ‘청라하늘대교’ 결정에 재심 건의, 원점으로
다시 불복시 국토부가 결정, 제3의 명명 가능성도
올 연말 개통 예정인 ‘제3연륙교’(서구 청라~중구 영종)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제3연륙교 명칭 선정 문제로 청라·영종지역 간 갈등이 지속되며 앞서 결정된 이름 ‘청라하늘대교’는 다시 심의가 이뤄지게 됐고, 통행료 무료화를 둘러싼 인천시와 국토부의 갈등 역시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 영종·청라 주민 돈으로 만든 제3연륙교…영종하늘대교 vs 청라대교
제3연륙교에 대한 서구와 중구의 명칭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3연륙교가 왜 생겼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영종·청라국제도시의 택지 조성을 맡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005년께 제3연륙교를 필수 기반시설로 보고 건립 계획을 내놨다. 섬 지역인 영종도와 인천 내륙을 잇는 제1연륙교(영종대교), 제2연륙교(인천대교) 모두 민자사업으로 건설돼 영종 주민들의 통행료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영종국제도시 땅을 조성한 LH는 건설사를 상대로 제3연륙교를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택지를 분양했다. 제3연륙교 건설은 청라국제도시 개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제3연륙교는 첫 계획이 나온 지 20여년 만에야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중구 영종국제도시를 연결하는 4.7㎞ 왕복 6차로 도로다. LH는 영종·청라에 건설사들이 대규모로 공급한 새 아파트들의 분양가에 제3연륙교 건설비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마련했다. 총사업비 7천709억원 중 6천200억원을 영종·청라 주민들이 이렇게 부담한 것이다.
영종·청라 주민들은 모두 자신들의 지역명이 먼저 노출되는 제3연륙교의 명칭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앞서 제시된 명칭안을 보면 인천경제청은 ‘청라하늘대교’ ‘영종청라대교’를, 중구는 ‘영종하늘대교’ ‘하늘대교’를, 서구는 ‘청라대교’ ‘청라국제대교’를 제시했다.
인천시 지명위원회는 이 중 청라하늘대교(청라+영종하늘도시)로 제3연륙교 명칭을 결정했는데, 중구가 즉각 반발하며 지난달 5일 재심의를 청구했다. 중구가 대놓고 반대 입장을 밝히자 서구도 함께 재심의를 요구했다. 현재 중구와 서구는 제3연륙교 명칭으로 각각 ‘영종하늘대교’, ‘청라대교’를 주장하고 있다.
■ 교량 명칭 수혜지역 이름 반영?… 지역 관계없는 제3 명칭 나올 수도
과거 교량들의 명칭은 교량이 생겨 수혜를 받는 지역의 이름을 딴 경우가 많았다. 제1연륙교인 영종대교도 마찬가지다. 국내 연륙교 중 수혜를 받는 섬 명칭을 딴 사례는 전체의 66%에 달한다. 반면 육지를 따른 명칭은 3%다. 중구는 이러한 이유로 영종하늘대교를 주장한다.
서구는 영종도 이름을 딴 영종대교가 있는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 제3연륙교의 육지 쪽 명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구는 또 2010년 이후 제정된 해상교와 연륙교 명칭(노량대교, 팔영대교, 바이오산업교, 부산항대교, 김대중대교)에는 모두 섬 지명이 없다고 반박한다.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구역이 나눠진 장소에 교량 등이 생길 때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다. 인천시 지명위원회는 결정한 제3연륙교의 명칭인 청라하늘대교처럼 중구와 서구의 주장을 합치는 식으로 정하거나, 상징적 의미를 담은 제3의 명칭이 사용되기도 한다. 연륙교 명칭 중 31%는 지자체 간 갈등이 생기지 않는 제3의 명칭을 따르고 있다.
경남 사천시(옛 삼천포시와 사천군 통합)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를 잇는 연륙교는 2003년 개통 이후 3개월이 지나서야 명칭이 결정됐다. 각 지자체가 삼천포대교와 창선연륙교라는 명칭을 주장했는데, 결국 창선·삼천포대교로 이름이 정해졌다.
올해 1월 개통한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를 연결하는 33번째 한강대교도 양 지자체가 주장한 고덕대교와 구리대교 대신 국가지명위원회가 나서 고덕토평대교로 명명했다. 토평은 구리시 토평동에서 따왔다. 2014년 개통한 30번째 한강다리인 구리암사대교도, 강동구와 구리시가 주장한 암사대교와 구리대교도 서울시지명위원회가 합친 사례다.
이와 달리 서해안고속도로 중 경기도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을 잇는 교량은 당초 각 지자체가 평택대교와 당진대교를 주장했지만 이름은 제3의 명칭인 서해대교로 결정됐다.
인천시 지명위원회는 오는 17일 제3연륙교 명칭을 재심의할 예정이다. 재심의에 중구와 서구는 각각 영종하늘대교와 청라대교를 재차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경제청은 앞서 청라하늘대교 명칭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로운 지명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인천시 지명위는 기존에 선정했던 청라하늘대교에 대한 변경 여부를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인천시 지명위의 재심의 결정에도 중구나 서구가 다시 불복하면 명칭 결정 권한은 국토부로 넘어간다. 그간 사례로 볼 때 국토부는 양측 지명이 모두 들어간 중립 명칭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갈등 방지를 위해 제3의 명칭을 선정할 수도 있다.
논쟁뒤 수천억 추산 ‘민자대교 통행료 손실보전’ 숙제
인천시, 자부담 조건으로 국토부 ‘제3교’ 승인받아
조정 없이 전부 낸다면 결국 시민이 막대한 재정부담
■ 결국은 인천시민 혈세… 수천억 ‘손실보전금’ 부담 문제 해법 찾아야
그동안 교량의 명칭으로 특정 지자체가 유명해지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결과는 없었다. 제3연륙교 명칭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는 시민 호주머니와 직접 관련되는 ‘통행료’ 문제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제3연륙교의 통행료는 국토부가 인천대교·영종대교 민간 사업자와 맺은 ‘경쟁방지조항’과 연관돼 있다. 경쟁방지조항에는 제3연륙교가 생겨 기존 대교 교통량이 ‘현저히 감소’할 때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천시는 국토부와 협의 끝에 이 비용을 대신 내기로 하고 제3연륙교를 착공할 수 있었다. 인천시가 부담해야 할 손실보전금은 2039년까지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시는 최근 발표를 통해 제3연륙교를 영종·청라 주민에게 우선 무료화하고 내년 4월부터 인천시민 전체로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과거 손실보전금을 전부 부담하기로 하며 맺은 국토부와의 협약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국토부는 협약 내용에 따라 인천시가 손실보전 의무를 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경우 인천시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생기고 그 피해는 결국 인천시민에게 돌아온다. 인천시민에 대한 제3연륙교 무료화가 지속되고 훗날 전 국민 무료화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지역 간 갈등이 아닌 합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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