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파산 대형사 독과점 심화

입점업체, 미정산 금액 수조원

사금융 대출까지 감당 등 피해

“혁신 통해 새 시장 개척” 지적

사진은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문이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문이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소 거래 플랫폼이 연이어 파산하며 플랫폼 생태계가 대형사 독과점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15일 도내 한 소품 제작 업체 대표 A씨는 1년 넘게 사금융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온라인 거래 플랫폼 위메프가 대금 정산을 무기한 지연하며 사실상의 부도를 선언한 날부터 A씨의 악몽은 시작됐다.

위메프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 수억원은 고스란히 A씨가 떠안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이율의 사금융까지 손을 벌려야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위메프의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되며 A씨의 대금은 영영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A씨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자 상환조차 어려워졌다.

티몬·위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두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는 10만여개사, 이 중 소액 변제조차 받지 못한 기업은 4만8천여개사로 집계됐다. 미정산금액도 1조2천여억원에 달한다. 플랫폼 기업은 입점 업체에 신뢰를 지키지 않았고 A씨를 보호할 법적 안전장치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입점 업체에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A씨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은 다 한통속 같고 믿을 수 없지만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으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플랫폼에 입점할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소 거래 플랫폼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생존한 플랫폼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월부터 스마트스토어 수수료 개편을 통해 2% 내외의 수수료율을 최대 4%까지 인상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이달부터 일반 상품 판매수수료를 6%로 올렸고, 중고나라 역시 오는 29일부터 기존 구매자에게만 부과되던 중개수수료를 판매자에게까지 부과하겠다는 약관을 개정했다.

신정권 검은우산 비대위원장은 위메프 사태로 판로를 잃은 업체들이 타 플랫폼으로 옮기려 해도 고액의 수수료 부담 때문에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독과점 플랫폼 기업의 전횡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성장률 둔화 국면에서 플랫폼 업계가 단순히 수수료 인상에 의존할 게 아니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금은 대형사 중심의 독과점 구도로 구조조정이 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중소 플랫폼들은 혁신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나 방식을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입점 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