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석 경사 동료들 ‘폭로’

15일 고(故) 이재석 경사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동료 경찰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윗선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2025.9.15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15일 고(故) 이재석 경사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동료 경찰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윗선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2025.9.15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인천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남성을 구조하고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의 동료들이 윗선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동료들은 사고 당시 근무 중인 팀장이 휴게 중인 직원들을 깨우지 않는 등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 동료들 “사고 내막 등 함구 지시 받아”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에서 이 경사와 같은 팀으로 있는 동료 4명은 15일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세한 사고 내막과 그 전부터 있었던 파출소 내부 이야기 등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동료들은 또 “사고 당일 이 경사가 응급실로 실려 가는 중에 파출소장이 팀원들을 따로 불러 ‘재석이가 저렇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재석이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장 지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어 이 경사의 장례식장에서도 재차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한 동료 경찰관은 “서장과 파출소장이 저를 장례식장 주차장으로 따로 불러 ‘재석이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네가 어떤 얘기도 하면 안 된다.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며 “제가 서장에게 어떤 의도인지 파악을 못했다고 하자, 옆에 있던 영흥파출소장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로 알고 있어라’라고 말했다”고 했다.

■ 고인 일기장엔 “해경된 것 후회” ‘팀장 불화’ 언급

유족 측은 이 경사 일기장에 팀장에 대한 회의감 등이 적혀 있다고 했다. 영흥파출소의 연안구조정과 관련해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위기에 발현되는 것인가. 모든 것을 지시했던 팀장이 막상 사고가 발생하자 나 몰라라 하는 업무 태도에 회의감을 느낀다. 해양경찰을 그만두고 싶다’는 글이 일기장에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안구조정은 지난해부터 고장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업무적으로 팀장과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해 이 경사를 포함한 팀원들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 사망 원인은 “팀장 늑장대응 구조 지연” 주장

동료들은 팀장의 대응이 늦어 이 경사의 구조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근무 인원은 모두 6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동료 4명은 이 경사가 구조를 나간 당일 오전 3시까지 팀장으로부터 휴게시간을 받아 쉬고 있었다. 이 경사는 오전 2시까지 휴게 후 근무에 복귀해 꽃섬(길마섬) 인근에 사람이 있다는 드론업체의 신고(오전 2시7분)를 받고 오전 2시11분에 혼자 출동했다. 이후 이 경사와 팀장의 마지막 무전은 오전 3시6분이다. 팀장은 3시30분에서야 해경 상황실에 이 경사 실종을 보고했다.

동료들은 “오전 3시에 근무 복귀 후 팀장이 이 경사가 어떤 상황으로 출동했는지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 오전 3시8분께 민간 드론업체 연락을 받고 상황을 인지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오전 3시10분 동료 2명이 파출소에서 차량을 타고 출발해 길마도와 가까운 영흥도 삼박골(내리 65-16 일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 경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당시 드론도 배터리 교체를 위해 육지로 돌아온 상태였다. 드론 가동시간은 20~30분, 배터리 교체 소요시간은 10~15분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해경은 2인1조 순찰을 하게 돼 있다. 파출소 내 호출 버튼 하나만 눌렀더라면 휴게 중인 동료들이 모두 일어나 상황 대응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팀장이)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 경사가 홀로 순찰차량을 타고 이동했다”고 했다.

■ “진실 은폐 없다” 해경 반박에 유족은 “무능함이 죽음 몰아가”

해양경찰청은 이날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으며, 유가족이 요청한 모든 자료를 제공했다”는 인천해양경찰서장 입장문을 기초로 보도 설명자료를 냈다. 또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의 함구 지시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하면서 진상조사단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각종 자료를 요청하고 이틀 지나서 종이 한 장 분량만 줬다. 이후 항의해 해경청장 지시로 뒤늦게 영상 등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팀장의 무능력함을 보여준 결과물이다. 팀장과 팀원의 불화를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파출소장, 능력이 안 되는 자를 팀장 자리에 앉게 한 서장 등에게도 책임이 있다. 끝까지 진실을 밝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