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발견 안됐지만 마른기침·호흡곤란·곤봉지 현상 특징

딱딱해지는 폐… 진행 늦추는 치료제 개발 등 전망 긍정적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이유 없이 마른기침이 이어지거나, 운동할 때 심하게 숨이 차다면 ‘특발성 폐섬유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점점 딱딱하게 섬유화되는 질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폐활량이 줄어 호흡이 어려워지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특발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질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증상은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과 증상이 유사하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주요 증상은 운동 시 호흡곤란이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마른기침이 심해지고 호흡곤란이 악화된다.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둥글고 뭉툭해지는 ‘곤봉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경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기침이 이어지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쉽게 숨이 찬다면 특발성 폐섬유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저산소증이 이어지면 체중이 줄어들거나 곤봉지 현상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경훈 교수
김경훈 교수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뒤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다. 폐 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증상이 있을 때는 먼저 흉부 X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만 흉부 X선만으로 특발성 폐섬유증을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해상도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아야 확실한 진단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폐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제(피르페니돈, 닌테다닙)가 개발돼 환자들의 생존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닌테다닙의 제네릭 의약품이 곧 발매를 앞두고 있어 국내 환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조기에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폐 섬유화 진행 속도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국내 유병률은 10만 명당 4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 인구로 한정하면 200~500명당 1명에게서 특발성 폐섬유증이 발병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50대 이후에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

김 교수는 “담배를 피우거나 먼지와 오염물질 등에 노출되는 경우에 특발성 폐섬유증이 더 잘 생길 수 있다”며 “오염물질이나 분진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금연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