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밀물 갇힌 시민 구조하다 해경 순직
애도와 별개로 단독 출동 등 의혹 규명해야
갯벌사고 매년 발생… 출입통제 지정 필요
‘간조’ 알림 앱·디지털 전광판 등도 설치를
갯벌에 고립된 시민을 구조하다 한 해양 경찰관이 숨졌다. 인천해양경찰서 이재석 경사가 영흥도 갯벌에서 밀물에 고립된 한 노인 생명을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자신은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 해경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순직 해경에 대한 애도와 별도로 이번 사건의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첫 출동 당시 2인 1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왜 혼자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긴급 구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드론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구조대는 17분이나 지체해서 출동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한편 이번 사고는 갯벌의 위험성과 갯벌 안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해양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갯벌고립 사고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갯벌 안전사고는 2022년 43건, 2023년 67건, 지난해 59건, 올해도 이미 36건이 발생했다. 갯벌이 많은 인천의 경우 이 기간 총 75건의 갯벌 고립 사고가 발생했고, 6명이 사망했다. 갯벌 사고의 가장 큰 이유는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밀물이다. 밀물의 최고 시속은 약 10∼15㎞로 성인이 걷는 속도보다 2∼3배 빠르다. 갯벌에서는 발이 빠져 평지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체력 소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서둘러 나오려다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갯벌 고립 사고를 막을 대책으로 안전이 취약한 해안 위험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출입통제구역’ 지정이 필요하다. 또 지자체가 갯벌출입의 시간과 장소를 제한할 수 있는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도 인명사고 예방측면에서도 수산자원과 어민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법안이다. 그러나 통제와 제한은 최소화해야 한다. 낚시 인구가 700만을 넘어섰고 해루질이 국민들의 여가활동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거니와 해양국가에서 시민들의 해양, 해상활동은 오히려 장려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갯벌 고립 사고의 원인은 ‘물때’를 몰라서 발생한다. 썰물 때 걸어다니던 갯벌이 밀물이 시작되면 거센 조류가 밀려와 금방 수심 10m의 바다로 바뀐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민들이나 직업적으로 해상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 물이 밀고 써는지를 체득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물때를 이해하기 어렵다. 밀물과 썰물 시간은 날마다 바뀌고 조류의 속도와 물의 높이도 함께 바뀔 뿐 아니라 물때는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복잡한 물때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축일조석시(逐日潮汐詩)’라는 시가 그것이다. ‘초사흘은 토끼 때요 다음 사흘은 용 때이고(三兎三龍水)’로 시작되는 민요풍의 노래이다. 음력 초삼일까지는 토끼 때인 6시 전후에 물이 최대로 밀고, 초엿새까지는 용 때인 8시 전후에 만조가 된다는 뜻이다. 이규보는 고려의 피난 수도 강화도에서 벼슬살이를 하면서 물때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노래를 지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들어 토정 이지함은 이규보의 시를 바탕으로 김포 조강진에서 물높이를 재는 수표를 설치하고 바다를 직접 관찰한 뒤에 더 정교한 ‘조강 물참표’를 만들었다. 이런 ‘물때의 노래’는 어민들은 물론 서해를 오가는 배를 운항하는 사람들에게 종이 없는 책력으로 소중하게 간직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물때와 날씨를 알려주는 휴대폰 앱이 있다. ‘물때의 노래’보다 정교하지만 초보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상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휴대폰에 해당 해역의 간조의 시작과 끝을 직접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는 어떨까? 갯벌 출입에 따른 안전조치의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 지난 6월2일, 대법원은 옹진군 목섬 출입으로 인한 사망 사고 책임의 일부가 지자체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인천 앞바다에는 썰물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목섬이 많고 고립사고도 자주 일어나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갯벌과 목섬 출입구에 안내판을 세울 때 현지 물때를 알려주는 디지털 전광판을 부착해 놓으면 훨씬 요긴할 것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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