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不眠)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계 초침은 귀를 때리고, 연상(聯想)의 톱니바퀴는 도통 멈추질 않는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고 또 세도 정신은 말똥하다. 몸은 피곤한데 다가오는 새벽이 야속하고 두렵다. 밤은 충전이 아닌 방전의 시간이 되고 만다. 자다 깨다 쪽잠만 반복하니 아침부터 다크서클이 내려온다.

대한수면연구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하루 6시간58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8시간27분보다 89분 18%나 짧았다. 평균 취침시간은 오후 11시3분, 평균 기상시간은 오전 6시 6분이다. 수면의 질이나 양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글로벌 평균의 75% 수준에 머물렀다. 매일 숙면을 취하는 비율도 7%로, 평균 13%의 절반에 그쳤다.

꿀잠 자는 게 소원인 국내 수면장애 환자가 12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 2023년 기준 기질성 수면장애와 비기질성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124만597명으로 집계됐다. 한 해 진료비만 3천227억원이다. 2019년 99만8천796명에서 4년 새 24%나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수면제 처방도 급격히 늘었다.

서울대병원·서울의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민건강보험 데이터(2010~2022년)를 활용해 국내 18세 이상 불면증 환자 813만6천437명의 수면제 처방 추이를 분석, 발표했다. 처방 건수는 2010년 약 1천50만건에서 2020년 약 3천850만건, 2021년 약 4천120만건, 2022년 약 4천240만건 등 12년간 4배 이상 늘었다. 여성과 고령층의 비중이 높았고, 젊은 층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8~29세는 모든 약물 계통에서 예측치를 가장 크게 초과했다.

잠은 생명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자는 동안 에너지를 충전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린다. 복잡했던 감정도 다스릴 수 있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이다. 24시간 넘쳐나는 볼거리, 즐길거리는 수면을 방해한다. 침대에서도 숏폼과 SNS 삼매경이다. 액정에서 나오는 빛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늦추고 생체리듬을 깬다. 불면의 악순환이다. 잠은 건강에 대한 투자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아 수면 부채를 청산해야 한다. 현대의 고질병 불면증을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할 때가 됐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