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미군 위안부 성병관리소

소요산 개발사업에 존폐 갈등

道, 영상 기록·기억공간 등 대안

전국 최초 유일 생활안정지원금

자활지원센터 설치·종합검진도

김진효 경기도 여성정책과장
김진효 경기도 여성정책과장

1957년 정부는 유엔권 사령부가 도쿄에서 서울로 이전하자 위안부에 대한 성병검사를 의무화했다. 감염자로 판명되거나 성병에 걸린 미군이 상대 여성을 지목하면 의사 진단없이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격리수용하였고, 페니실린(쇼크사 부작용으로 의사들이 회피하던 약)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정부는 영어 회화는 물론 ‘다리를 꼬고 무릎을 세우고 앉아라’는 등의 태도 등에 대해서도 교육했다. 1971년 용산경찰서장은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미군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줄 믿습니다만, 본의 아니게 불쾌감을 조장한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과거의 일들은 반성하고 시정합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결국 2022년 9월 대법원은 “외국군 상대 성매매를 정당화함으로써 원고들의 인격을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은 국가는 피해여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주한미군 주둔 80년이 되는 지난 8일 기지촌 여성들은 “진짜 주범은 미군”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지 내 클럽에 여성들을 출입시키고 성매매를 허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폭행, 약물투여, 집단 성폭행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피고는 대한민국. 주한미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손해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고인 할머니는 “국가가 왜 저희를 미군에게 희생당하게 했는지 사과를 받고 싶다. 그게 소송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때 전국 40여곳, 경기도에서도 6곳이 운영되던 미군 위안부 성병관리소는 이제 동두천에만 남아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미군 철수 후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요산 일원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2023년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285억원을 투자하여 소요산 주차장 조성 등 4개 사업을 완료하였을 뿐 아니라 성병관리소 부지에 소요산 개발 핵심시설(호텔, 전망대)이 조성될 예정이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두천 시민의 69.3%도 철거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편 시민단체 등은 정부는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추모 장소를 보존할 의무가 있고 성병관리소는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성찰해야 할 역사이므로 반드시 현재 장소에 보존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에도 민원이 이어졌다. 1만명이 동두천 성병관리소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건물 소유자인 동두천시의 신청이 선행되어야 해서 지정이 쉽지 않았고, 대안으로 ‘디지털 영상기록 및 기억 공간 확보’, ‘기억의 표지석 및 안내판 설치’ 등의 중재안을 제시하였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최초이면서 유일하게 기지촌 여성 피해자에게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국가와 함께 기지촌 피해 여성들에게 간병비, 의료비, 일자리 사업 참여자 지원금과 치료회복 프로그램, 생애사 정리프로그램 등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금년에 5억원 예산을 확보하여 동두천, 의정부, 평택, 파주 피해자 구술을 채록하고 영상을 촬영하여 경기도 메모리에 탑재하는 ‘기지촌 여성 인권기록 아카이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편지, 소장품 등 민간 기록물 기증 캠페인도 함께 실시한다. 아울러 성매매 여성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 상담소, 자활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의료, 법률, 직업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고, 성매매 집결지 현장을 방문하여 상담하고 우울증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여 정신과를 포함한 종합검진도 실시하고 있다.

‘서산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중략>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이은미의 기지촌 노래 가사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는 아픔을 공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지촌 역사는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픈 역사의 피해자인 할머니들에게 특별한 보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진효 경기도 여성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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