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硏, 각종 희곡·소설 수록
등단作 ‘중국은 어데로’ 등 최초 공개
■ 설정식 문학선: 해방의 문학, 청춘의 상상력┃설정식 글·서승희 외 3인 엮음. 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 480쪽. 2만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근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작가 설정식에 주목했다. 이번에 펴낸 ‘설정식 문학선: 해방의 문학, 청춘의 상상력’은 희곡, 논평, 대담, 소설을 중심으로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설정식의 문학 자료를 담고 있다.
설정식의 삶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1912년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나 경성에서 자란 그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 서울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경성공립농업학교에서 권고 퇴학을 당했다.
이후 중국, 일본을 거쳐 경성으로 돌아왔고, 연희전문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미국 마운트유니언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이어갔다.
해방 후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국내 최초로 완역하고 미군정청의 관료로도 활동하는 등 지식인의 면모를 보였지만, 미군정청에 몸담으면서도 조선공산당에 입당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런 복잡다단한 삶의 궤적 때문에 남북한 양측에서 오랫동안 잊힌 설정식의 문학은 이번 문학선을 통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문학선은 설정식이 등단한 희곡 ‘중국은 어데로’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작가 약력과 당선평도 함께 수록됐다. 1932년 만주사변 직후 중국 난징 외교부를 배경으로 한 이 단막극은 ‘일본의 침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빚어지는 첨예한 갈등을 다룬다.
설정식의 작품은 그동안 다소 주목 받지 못한 편이었다. 월북 작가들의 문학 작품은 1980년대 말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설정식은 김기림과 정지용 등 다른 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다. 최근 설정식의 문학 전집이 유족에 의해 발간돼 대중에게 그의 작품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학술적인 접근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미뤄볼 때 이번 문학선 발간은 국문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설정식의 작품을 연구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