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경인일보 연재 칼럼 엮은 인문기행서
정약용 흔적 남은 남양주 마을 등 기록
■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최철호 지음. 아임스토리 펴냄. 240쪽. 1만8천원
“강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따라 걷는 일이다.”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펴낸 인문 기행서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은 한양도성에서 시작된 길 위의 역사가 경기도의 산과 강, 마을과 나루터를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이 길 위에는 수운의 흔적과 왕래하던 사람들, 이름 없는 마을과 지워진 기억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책은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저자가 경인일보에 연재한 칼럼 ‘톡(talk)! 세상’에서 발췌한 글들을 엮어낸 것으로, 현장을 발로 걷고 느낀 기록이자 기억을 되살리는 인문 기행이다. 지도에는 없지만 사람들의 발길과 기억이 이어온 비공식의 길들을 따라가며 숨겨진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유산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강은 조선의 수군이 드나들고, 망명객과 상인이 오갔던 생명의 물길이었다. 저자는 병자호란의 상처가 남은 광주, 조선 수운의 중심이었던 노량진, 백사장과 장터의 기억이 깃든 여의도와 양천, 그리고 유배지와 유교문화의 중심이었던 마재와 양천향교 등을 따라 걷는다. 정약용과 형제들이 학문과 신앙을 나눈 남양주의 마을, 지금은 흔적이 희미한 송파나루 같은 장소도 새롭게 조명된다.
북쪽에서는 분단의 철책이 강을 가르고, 남쪽에서는 옛 수운의 기억이 물결 속에 묻혔지만 그 모든 곳에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이야기가 숨 쉰다. 한강의 끝자락인 조강과 교동도에서는 분단과 평화라는 현대사의 무게가 실감나는 현재진행형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 책을 들고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이름조차 낯설어진 고을들, 기억 저편의 나루터와 장터, 오래전 발자국이 켜켜이 쌓인 마을들이 다시 눈앞에 살아난다. 발로 걸으며 삶의 흔적과 이야기가 남아있는 길을 찾아 잇는 여정이 잊고 있던 우리 자신의 과거를 비춰준다.
/양형종기자 yang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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