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명명 제520호, 함종 구축함, 함명 다산정약용, 선체번호 996, 이와 같이 명명함.”
지난 17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거행된 진수식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급 2번함인 다산정약용함의 이름을 선포했다. 우리나라 다섯번째 이지스 구축함 탄생을 알린 것이다. 이날 안규백 국방부장관 내외가 참석했다. 안 장관은 축사에서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해군력을 키워 바다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진수식에 눈길이 간 이유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정세 때문이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의 왼쪽에 김정은 국방위원장,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모습을 보였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습을 보인 것은 냉전체제 종식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신냉전 시대가 시작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한미동맹에 버금가는 혈맹이 됐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반대로 한·미 관계에서는 미국에서 일하던 한국 기술자에 대한 이민국 단속과 관세 협상 문제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관계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처럼, 75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한국전쟁의 비극을 떠올린 이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때도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쟁은 시작됐다. 국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삶’이 확고한 국방태세, 적국에 대한 전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지스 구축함은 바다의 방패이자 요새로 불린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신들의 방패에서 유래했다. 동시 수백여개 표적을 추적·타격하는 강력한 대공 방어능력과 대함·대잠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 한 척 더 늘어난다는 것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결코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평화를 원한다면 국방에 특히 무기체계에도 관심을 갖고 공을 들여야 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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