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선 평택시장과 미래자동차 관련 산·학·연 관계자, 완성차 부품기업 임직원들이  지난해 10월  평택시청에서 ‘미래자동차 산업 포럼 및 부품기업 협의체’를 발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24 /평택시 제공
정장선 평택시장과 미래자동차 관련 산·학·연 관계자, 완성차 부품기업 임직원들이 지난해 10월 평택시청에서 ‘미래자동차 산업 포럼 및 부품기업 협의체’를 발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24 /평택시 제공
미래 자동차 산업 구상도. /평택시 제공
미래 자동차 산업 구상도. /평택시 제공

지난 몇 년 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은 ‘내연기관’에서 ‘미래차’로 이동했다.

미국 테슬라의 질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독일 폭스바겐과 BMW는 대규모 전기차 전환 계획을 내놨다. 중국 BYD는 테슬라를 위협하며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고, 일본 도요타도 수소·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차를 둘러싼 국제 경쟁은 단순히 자동차 기업 차원을 넘어 각국 정부가 직접 국가전략 차원에서 산업 육성을 선언할 정도로 치열하다. 배터리 기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장 부품 규격을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도 ‘미래차 패권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평택시가 있다. 평택은 이미 반도체와 수소산업에서 성과를 거두며 ‘첨단산업 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캠퍼스, 전국 최다 수준의 수소차·수소 버스 보급, 그리고 수소 항만과 수소 도시 조성은 평택이 왜 ‘산업 실험장’이라 불리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2024년 평택시는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이라는 새로운 축을 공식화했다.

그 출발점은 ‘미래차 전장부품 성능평가센터’ 유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평택 브레인시티에 198억원 규모로 건립되는 이 센터는 고전압 배터리와 전력부품의 규격 마련, 성능평가를 담당한다.

글로벌 산업계가 1천V 이상 고전압 전기차 체계로 전환하는 가운데 한국 내에는 이를 평가할 기반조차 부족했던 상황이었기에 평택의 센터 유치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평택이 미래차 메카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입지다. 평택항은 2013년부터 12년 연속 국내 자동차 수출입 물동량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총 5개의 자동차 전용부두와 PDI(출고 전 차량 점검·보관 센터)센터를 갖추고 있어 벤츠·BMW·폭스바겐·볼보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평택항을 기지로 삼고 있다.

여기에 현대·기아·KGM 등 완성차 3사가 인근에 자리잡고 있고 수백 개의 부품기업이 위치해 있다. 자동차 생산-부품-물류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환경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평택이 가진 강점은 단순히 자동차 집적지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의 전환은 반도체와 수소와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차량 한 대당 최소 2천개 이상 반도체가 탑재되는 시대에 삼성전자가 있는 평택은 자동차용 반도체 연구·생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최적지다. 또한 전국 최대 규모 수소 인프라를 갖춘 평택은 수소 모빌리티와 미래차를 연계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도 세워 뒀다.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평택시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시는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연구원과 함께 미래차 부품기업 지원, 시험·평가 협력,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래자동차 산업 포럼 및 부품기업 협의체’를 발족됐다. 100여 명의 산·학·연 관계자가 모여 미래차 부품 생태계 변화와 기업의 성장 방향을 논의했고 완성차-부품기업-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전환 전략을 공유했다. 평택시는 협의체를 통해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기업들이 미래차 시대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도록 이끌 계획이다.

평택시의 계획은 단순히 센터 유치와 협약에 머물지 않는다. 평택시는 자동차클러스터, 수소융복합단지, 포승BIX, 현덕지구 등을 연계해 ‘미래차 산업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각각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부품 제조·R&D, 연료전지 등 역할을 분담하며, 산업 단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그림이다.

인재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평택시는 ‘미래자동차 전문교육센터’ 설립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투입 가능한 미들 엔지니어를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숙련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애로로 꼽는다. 교육과 산업이 맞물리는 평택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장선 시장은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평택이 머지않아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그 이유는 평택은 이미 자동차 부품에서 완성차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고, 대한민국 자동차 수출입 전진 기지인 평택항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미래차 전장부품 성능평가센터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미래차 산업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시장은 “그동안 발전에서 다소 뒤처졌던 서부지역이 미래자동차 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거점이 될 것이다. 자동차클러스터, 수소융복합단지, 포승BIX, 현덕지구 등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하나로 묶어 ‘미래자동차 산업 특구’로 발전시켜 대한민국 미래차 산업의 심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