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문서인 책 중심 운영서 변화 일어나
우선 건물 자체 영감주는 특별건축물돼야
문명을 지키는 또 다른 ‘보루’로 남아야
서구, 더 나아가 인천시도 고민 시작 시점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산업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인간의 삶과 직업·윤리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는 AI 기술이 현재보다 더 고도화돼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이 인간 공동체와 도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류 문명과 공동체 유지에 중점적인 역할을 한 공공도서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식정보를 수집·보관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역할을 해온 도서관은 그동안 주민들이 지식을 찾고 공유·교환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책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도서관의 운영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최근에는 종이 문서인 책을 중심으로 운영된 도서관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도서관’에서도 최근 10년 간 인쇄자료를 포함한 물리적 자료 대출은 줄어들고 디지털 자료 대출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들은 책을 빌리고 읽으려는 목적으로만 도서관을 찾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음악을 듣고, 동영상 자료를 시청하고, 음성 정보도 청취한다. 도서관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큰 핵심은 도서관이 주민들 간 ‘만남의 장’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교환하는 지식·정보와 일상은 개인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현대사회는 AI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영향으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도시의 삶과 문명이 파편화되고 있다. ‘현대사회 속 공동체의 구심력을 어디서 찾을 것이냐’는 질문에 도서관이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도서관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은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고 도서관이나 공공시설물이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도서관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우선 건물 자체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건축물이 되었으면 한다. 전통 모더니즘 건축의 실용성과 따뜻한 자연친화적 설계가 결합된 핀란드 ‘오울루 도서관’,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설계로 360도 책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신전 같은 일본 ‘이시카와현립도서관’, 기존의 주거지를 허물지 않고 빌라를 이어 새로운 형태의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핵심으로 도서관을 활용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처럼 서구를 비롯한 인천에 지어지고 있는 도서관들도 조금 더 깊은 성찰과 과감한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의 경우 공공 건축물의 예산 투입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세계적인 도서관의 건축비를 보면 ‘이시카와현립도서관’은 약 1천500억원, 아랍에미리트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은 약 3천600억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약 4천800억원의 예산을 들인 것으 알려져 있다.
도시 인구 대비 도서관 연간 운영 예산도 많다. 인구 21만명의 ‘오울루 도서관’은 약 116억원, 인구 68만명의 ‘밴쿠버 도서관’은 약 680억원, 인구 300만명의 ‘토론토 도서관’은 약 2천500억원이 쓰였다.
반면 서울 자치구 중 도서관 예산이 가장 많고 인구가 55만명에 달하는 ‘강남구 도서관’은 약 140억원, 인구 65만명의 인천 서구는 약 37억원, 인천 전체로 봤을 때도 약 724억원에 불과하다.
왜 선진국들은 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이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할까. 루스벨트 전 미국대통령은 “도서관은 모든 사람이 피부색, 종교, 재산과 관계없이 미래를 위해 책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현재는 아메리칸 드림의 의미가 ‘부 또는 기회의 땅’으로 변모되었으나 그가 주장한 그 가치는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서관은 문명을 지키는 또 다른 ‘보루’로 남아야 한다. 도서관에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 더 나아가 인천시도 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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