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통행료 ‘먹튀’가 누적 380억원에 달한다. 23일 도로공사 자료를 보면, 미수납 금액은 2020년 37억원, 2021년 38억원, 2022년 43억원, 2023년 56억원, 2024년 80억원이다. 올들어서는 7월까지 벌써 126억원이다. 미납 건수는 2020년 1천994만4천건에서 2024년 3천407만1천건으로 급증했다. 도로공사는 1차 고지에 꿈쩍하지 않으면, 2·3차 고지에서 통행료 10배를 청구한다. 폭탄 부과도 소용없다. 올 7월 기준 징수율은 25.2%, 4명 중 1명꼴로 버티기 작전이다. 독촉 외에는 뾰족한 회수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의 3차례 고지는 이미 징수 효능감을 상실했다. 상습 불법행위가 늘면서 부담은 성실한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렸다. 한때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기차 내수 판매가 주춤했으나, 올해 상반기 9만2천235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4% 늘어난 수치다. 정부의 공용 충전시설 설치 예산도 2021년 923억원에서 올해 6천18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최근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차 충전기에서도 세금이 방전되고 있었다. 전국에 충전기 4천기를 설치·운영하는 한 수행기관은 2천796기를 방치했다. 전기요금을 미납해 계량기가 철거되기도 했다. 보조금을 챙긴 뒤 설치 장소와 수량을 속여 보조금 잔액을 반납하지 않은 ‘먹튀 기업’도 있다. 부실한 선정 기준과 무분별한 우대 기준 적용 탓이 크다.
하다 하다 중국 선박에도 ‘변상금 먹튀’를 당했다. 불법 조업도 모자라 우리 바다를 훼손한 뒤 연락두절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5년 소멸시효까지 버티면 그만이라는 심산이다. 변상금 제도는 물먹은 솜방망이 같다. 애초에 해경의 전화 통보와 출입국 사실 조회 요청으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 변상금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미납액은 22억1천189만원이다. 결국 중국 선박이 쏟아놓고 간 기름을 뒷수습하는데 피 같은 우리 돈이 쓰인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사회 공공서비스의 근간이다. 정부는 세금을 살뜰하고 야무지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 쓸데없이 새는 틈이 있다면 즉시 강력한 징수 장치로 막아야 한다. 선량한 국민이 손해 보는 사회는 양심불량에 쉽게 오염될 수 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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