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아동 유괴 미수… 학부모들 ‘셰어런팅’ 경각심
인천 ‘약취·유인 범죄’ 4년간 증가
“활동지역 보고 쉽게 접근, 불안”
미성년자 잊힐 권리 제도화 진행
“아이 사진도 마음 놓고 못 올리는 세상이 됐네요….”
인천 서구에 사는 학부모 조모(43)씨는 SNS 계정에 올려뒀던 7살 유치원생 딸아이의 얼굴이 나온 사진 여러 장을 삭제했다. 전국에서 잇따르는 ‘아동 유괴 미수 사건’에 불안감을 느껴서다.
최근 학부모 사이에선 이른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일고 있다.
셰어런팅은 ‘공유하다(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다. 부모 등 보호자가 아동이 나온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조씨는 “사진 속 아이 유치원 이름은 가려서 올렸는데, 동네 사람이 사진을 본다면 아이가 주로 어디서 활동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최근 유괴 미수 사건이 늘어나는 걸 보니 SNS에서 본 아이에게는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도 미성년자 유인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달 8일 인천 남동구 한 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테니 함께 가자”며 접근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다음날인 9일에는 인천 서구 한 학교 인근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중학생에게 “차에 태워주겠다”며 접근한 60대 남성이 체포됐다.
최근 4년간 인천에서 발생한 약취·유인 범죄는 2021년 16건, 2022년 18건, 2023년 23건, 2024년 29건으로 매해 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다. → 표 참조
경찰청은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를 ‘미성년자 약취·유인 예방 총력 대응 기간’으로 정하고 범죄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유괴 예방 안전수칙’을 담은 홍보물을 배포하고 아동안전지킴이 등과 협력하며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셰어런팅 부작용 방지를 위해 타인이 올린 아동·청소년 정보 관련 게시물을 아동 등 당사자가 원할 시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같은 취지에서 ‘아동 잊힐 권리’ 제도화를 국회에 촉구하기 위한 서명 운동 ‘딜리트 더 칠드런’을 진행 중이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는 “자녀에 대한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다 보면 정보가 조합되며 일상 동선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쉽게 드러나고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며 “게시글 속 자녀 사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반드시 공개돼야 할 정보인지 한번씩 확인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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