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거전환센터 중간보고

지역사회 정착과정 ‘종단조사’

자율성 강화 미래 준비 욕구도

“예전에는 뭔가를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은 부모와 형제들 몫이었는데, 이제는 뭐든 스스로 정해야 하는 것이 자립 후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제까지 혼자만의 결정으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내가 원하는 여행지를 선택해 아무 생각 없이 떠나보고 싶습니다.”

3년 전 인천 한 자립생활센터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50대 뇌병변 장애인 A씨가 최근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이용자 심층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A씨는 이전까지 주간보호센터에서 가족과 지내다가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은 마음 반,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 반으로 독립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처럼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간 후 자율성이 강해지고,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욕구가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최근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이용자 종단조사 연구’ 중간보고회를 열고, 지난 6월부터 진행한 심층 인터뷰 결과와 앞으로의 연구 일정을 공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센터를 이용하는 자립장애인(43명)의 지역사회 정착 과정을 추적하고, 장애인 자립 정책이나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종단조사(특정 대상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측정하는 조사) 방식을 통해 2027년까지 1년 주기로 진행되며, 일상생활 자립 정도 등 사회 적응 수준을 분석하게 된다.

센터를 통해 자립한 장애인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본부와 iH(인천도시공사)의 매입주택을 활용한 장애인 지원주택에 거주하게 된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지난 6~7월 자립장애인 6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자립 후 ▲자유와 자율성 확보 ▲지역사회 관계 확장 ▲개인 공간에 대한 만족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한 시설에서 어머니와 12년간 함께 지내다 2023년 독립한 50대 지체장애인 B씨는 “시설이 답답해서 언니의 도움으로 자립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쌀에 물을 붓고 전기밥솥 버튼을 눌러 밥을 할 줄 안다. 활동지원사가 알려준 덕분에 혼자 빨래도 한다”며 “나만의 장롱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장애인·가족과 센터 관계자 인터뷰, 설문조사 결과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올해 말 1차 조사(2025년) 최종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2027년 종단조사가 완료되면 인천시 장애인 통합지원모델 등 정책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