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권, ‘공실(空室)’·(1)]
상업시설 과잉 공급… 49.9% 압도적
제2순환 안산~인천 장기간 표류
배후 수요 불충분·교통편도 불편
거북섬 상가 공실 문제는 지난 대통령선거는 물론, 그에 앞선 여러 선거 때마다 자주 등장한 쟁점이다. 사태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가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지만 매번 정확한 진단이나 대책으로 발전되지 못해 거북섬 투자자와 소상공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화호의 풍광과 웨이브파크, 잘 꾸며진 상가 등 매력적인 요소를 더했는데도 거북섬의 공실 문제가 심각한 원인에 대해선 대표적으로 ‘정책 실패’가 꼽힌다.
해양레저 특화 단지로 계획되면서 주거인구 대비 상업용지 비중이 지나치게 높게 배분됐다는 것이다. 시화호 개발이익을 높이기 위해, 또 시화호 환경개선에 투입된 4천억원대의 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상업용지가 과도하게 늘어났다.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도시 면적 대비 상업지역 비중은 평균적으로 전국 1.9%, 서울 4.3%, 경기도 2.0%다. 시흥시는 이보다 적은 1.4%인데 반해 시화MTV 시흥지역의 상업지역 비중은 49.9%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배후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상업지역만 많다 보니 타 지역 방문객을 기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외부에서 편리하게 거북섬을 올 수 있는 유일한 대안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이 역시 정책 실패에 원인을 두고 있는데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안산~인천구간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순환선의 나머지 구간이 모두 개통되거나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유독 시흥 정왕동(시화MTV)에서 인천 신흥동을 잇는 구간만 아직도 노선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 5월 열린 시흥시 거북섬 현안 간담회에서 거북섬 투자자와 주민들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를 믿고 투자를 했는데 정부 계획이 미뤄지면 그 대가를 투자자가 치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시흥시는 2개 구간으로 나뉜 이 노선 가운데 1구간(시화IC~남송도IC)을 우선 시행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정부 정책이 목표를 빗겨나가면서 생긴 지역경제의 부담은 지자체가 떠맡게 됐다. 각종 행사와 시설 투자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올해에만 WSL시흥코리아오픈 국제서핑대회와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을 치르고 경기도 시화호 활성화 5개년 계획 수립 등으로 거북섬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황무지 같은 거북섬이 재탄생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정부도 약속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착공 등으로 정부를 믿고 거북섬에 터전을 마련한 주민과 상인들의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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