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성공을 이끈 일론 머스크, ‘AI 시대의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내로라하는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미국이라는 둥지에 새롭게 뿌리 내린 이민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소위 ‘좋은 이민자’(good immigrant)로 불리며 이민자들의 롤모델이 된다.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세금을 잘 내고, 범죄 기록이 없으며, 모범적인 이들은 미국 사회 내에서 좋은 이민자로 분류된다. 미국에서 꾸준히 좋은 이민자들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닦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 길 중 하나가 미국의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추방을 유예하고 일할 권한을 주는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행정명령이다. 덕분에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미국에서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고, 그렇게 성장한 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델도 배출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좋은 이민자’라는 분류에 들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들이 좋은 이민자로 분류된다면 ‘나쁜 이민자’(bad immigrant)도 있을 테다. 역설적이게도 DACA 수혜자들조차 DACA가 이민자 내부의 갈등을 초래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이민자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인식을 최대한 악용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나쁜 이민자는 모조리 추방해버리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퍼부으며 좋은 이민자에게까지도 나쁜 이민자의 탈을 씌우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엔 좋은 이민자조차 없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좋은 이민자가 탄생할 리 없다. 미등록 이주아동 관련 취재 현장에서 모두가 취재 말미 즈음엔 항상 “무엇보다도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좋은 이민자가 탄생하는 그날까지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세상 위에 꺼내져야 한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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