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유조차 지입차주들이 2년여 만에 다시 노동조합 설립에 나섰다.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원청의 교섭 책임이 커진 가운데 이들의 노조 설립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28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등에 따르면, SK에너지 유조차 지입차주들은 이달 4일 ‘SK에너지유조차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성남지청에 제출했다. 현재 정유회사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제품을 유조차를 사용해 운송하는 지입차주들은 전국적으로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청 관계자는 “다음주 중으로 신고필증 교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입차주들의 노조 설립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023년 2월 21일에도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성남지청은 1년여 동안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지입차주들은 행정청이 처분하지 않는 부작위 상태를 해결해달라는 취지로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청이 뒤늦게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노동조합법 2조4호 결격사유)’는 이유로 신고 반려 처분을 내리면서 소송이 마무리됐고, 지입차주들이 다시 노조 설립에 나선 것이다.
이날 수원시 팔달구의 수원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서 만난 17년차 차주 성기표씨(노조 추진위원장)는 “하청업체인 운수사에는 요구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며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차량이 오래돼 수리할 때마다 500만원씩 지불해야 하지만, 수송비는 오르는 물가가 반영되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결국 수송단가를 결정하는 원청인 SK에너지와 노조를 통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입차주들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SK에너지의 물류만 배차실로부터 전일·당일 배차를 받는 등 운송 조건을 통제받으면서 전속적으로 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노란봉투법’ 도입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규수(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지입차주가 차량을 소유한 건 차량지입 방식으로 운송사를 통하지 않으면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화물운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특정 기업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다면 노조법상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의 취지도 이러한 ‘근로자’의 교섭권과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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