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행정이 셧다운 됐다. 국가 행정전산망의 두뇌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26일 불이 났다. 완전 진화에 꼬박 하루가 걸린 화재로 647개의 정부 업무시스템이 중단됐다. 리튬배터리에 발생한 불로 항온·항습기가 고장 나자 서버 전원을 차단해서다. 정부는 28일 국정자원 전산실 재가동으로 551개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비된 96개 시스템과 복구된 시스템이 어떤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 채 국민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당장 서버와 장비가 소실된 96개 시스템 마비가 큰 문제다. ‘정부24’, ‘국가법령정보센터’, ‘모바일 신분증’, ‘인터넷 우체국’, ‘온나라 시스템’ 등이 먹통이다. 오늘 아침까지 복구되지 않았다면 민원서류 발급, 법무행정 및 사무 차질, 금융업무 혼란, 우체국 업무 마비는 물론 행정 각 부처의 업무 중단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민간에서 판박이 선행 사고가 있었다. 판교 데이터센터 리튬배터리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됐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불편을 초래한 책임을 살벌하게 추궁했다. 유일한 대책이 ‘트윈 데이터센터 설치’라 했다. 유사시 곧바로 정상가동이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복제하라는 것이었다. 정작 정부가 안했다. 2023년 국정자원에서 국가행정망 마비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랬다. 대전 국정자원의 광주·대구 분원엔 데이터만 있지, 유사시 데이터를 작동할 전산시스템이 없다. 96개 업무시스템 정상화는 분원에 본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가능하다니, 혼란이 길어질까봐 걱정이다.

조선은 왕조실록을 한양의 춘추관과 충주, 전주, 성주 사고(史庫)에 분산시켰다. 임진왜란 때 화마를 피한 전주 사고본을 복사해 춘추관, 마니산, 오대산, 태백산, 묘향산 사찰에 사고를 지어 비장했고, 이후에도 묘향산 사고는 적상산으로, 마니산 사고는 정족산(전등사)으로 이전했다. 조선 왕조의 철저한 실록 백업 및 분산 덕분에, 일제와 6·25 전쟁통을 겪고도 대한민국에 태백산, 정족산 사고본으로 조선왕조실록이 남았다.

왕조보다 못한 데이터센터 관리 실태가 참담하다. 행정전산망이 이러면 금융, 전력 등 국가 핵심 인프라 전산망의 안전도 의문이다. 악질 유령 해커들과 화재까지, 온라인 쓰나미에 대한민국이 간당간당하다. 재설계와 대수선이 시급한 ‘온라인 대한민국’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