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문화재단 공동기획>

새나라·새한·대우·한국지엠… 백 투 더 퓨처

 

40~50년전 생산 차·카탈로그…

1930년대부터 산업 흐름 ‘줌인’

내달 2전시 콘텐츠 ‘미리보기’

포럼에 예술가 토크 콘서트도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는 국내 최초 현대식 완성차 생산공장인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마주하고, 새 미래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26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시작된 전시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부평2공장 관련 기록을 관람하고 있다. 2025.9.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는 국내 최초 현대식 완성차 생산공장인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마주하고, 새 미래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26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시작된 전시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부평2공장 관련 기록을 관람하고 있다. 2025.9.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962년 새나라자동차로 시작해 60년간 이어진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역사를 예술과 접목한 아카이빙 전시회가 시작됐다. 과거를 기록해 시민과 공유하면서 ‘공장도시 부평’의 주체성을 재확인하고, 새 미래를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전시다.

지난 26일 오후 인천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관에서 열린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 현장. 먼저 전시회장 가운데 40~50년 전 부평2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한자동차의 소형차 ‘제미니’와 ‘새한 11톤 카고트럭’, 대우자동차의 ‘맵시’가 총천연색 카탈로그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전시회 공간은 부평 자동차산업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줌인’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현재의 부평2공장 일대에서 태동한 자동차산업 역사를 마주한다. 이어 산업화 시대부터 현재까지 부평공장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일어난 주요 사건과 부평지역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6일 오후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관에서 열린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9.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6일 오후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관에서 열린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9.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시작해 오는 11월16일까지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지부)와 부평구문화재단, 경인콜렉티브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자동차공업도시 부평’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새나라자동차 설립과 함께 들어선 뒤 2022년 11월 가동을 멈춘 국내 최초의 현대식 완성차 생산공장인 부평2공장의 역사와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기억을 시각예술과 결합해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최근 ‘헤리티지’ 개념을 중시한다. 수십년 전 생산한 차량과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 완성차 공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부평2공장과 이곳에서 생산된 차량들에 대한 역사도 헤리티지를 접목해 기록할 가치가 충분하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부평2공장의 주인이 반세기가 넘는 동안 숱하게 바뀌면서 그간의 역사를 조명할 환경이 갖춰지지 못해서다.

이번 전시 프로젝트는 부평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시도뿐 아니라,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 아닌 노동의 관점에서 예술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아카이빙을 구축한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장은 “역사를 기록할 때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가 기록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공장의 연대기가 담긴 기록물을 관람한 뒤 마주하게 되는 건 생산과 노동이 멈춘 부평2공장의 현재 모습이다. 프로젝트를 준비한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불이 꺼진 부평2공장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 눈높이에서 영상을 촬영해 관람객들이 노동 현장을 실감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는 국내 최초 현대식 완성차 생산공장인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마주하고, 새 미래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26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시작된 전시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부평2공장 관련 기록을 관람하고 있다. 2025.9.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전시회 ‘모터타임즈’는 국내 최초 현대식 완성차 생산공장인 한국지엠 부평2공장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마주하고, 새 미래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26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시작된 전시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부평2공장 관련 기록을 관람하고 있다. 2025.9.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마지막 순서는 전시회의 핵심 콘텐츠인 ‘Re:Assy’ 프로젝트다. 조립을 뜻하는 ‘assembly’의 약어에서 착안해 부평2공장의 마지막 생산 차량 쉐보레 트랙스를 해체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프로젝트다.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이어 다음달 16일 부평2공장에서 개막하는 2전시회 콘텐츠의 ‘미리보기’에 해당한다.

김은희 경인콜렉티브 대표는 “오늘 시작한 1전시회는 부평2공장에서 열리는 2전시회의 프리뷰 성격”이라며 “해체된 트랙스의 모습과 공장 역사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모터타임즈 2전시회는 다음달 1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은 뒤 18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공장 생산시설 보안과 관람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인원이 제한된다. 전시작품뿐 아니라 부평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포럼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토크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이찬영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자본주의가 집약된 자동차산업이 부평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정부와 인천시, 지역사회 등에서 이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한 논의와 고민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