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청·소방당국·국과수 합동감식
‘UPS용 배터리 폭발’ 수사력 집중
전문가 ‘전산망 이중화 미비’ 지적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산망 이중시스템 미비 등이 지적되며, 허술한 정부 전산망 관리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화재 원인 역시 경찰의 수사를 통해 시급히 밝혀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 신속한 복구와 국민 불편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 화재 원인은? 경찰 규명 위한 수사 착수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8일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에서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에 나섰다. 경찰은 소방당국이 초진을 선언한 전날에 이어 이틀째 감식을 진행했다.
전담수사팀은 불이 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한 이유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상 문제나 안전조치가 미비했는지 등을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행안부와 국정자원 측은 작업자 13명이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 서버와 함께 있던 UPS용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노후화가 화재의 원인이라는 관측과 함께 이전 과정에서의 작업자 실수까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화재 원인이 된 UPS용 배터리는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돼 사용됐고, 제조사가 권장한 사용기간인 10년을 1년가량 넘긴 상태였다.
■ 정보 시스템 이중화 조치 미비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관리 도구 이중화 공백처럼, 이번에는 이 같은 조치가 미비해 국민들의 피해와 불편이 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 가동이 중단됐다.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전산 시스템만 96개에 달한다. 화재가 났더라도 제대로 된 전산망 이중 장치가 있었다면, 전산실 1개에 불이 났다고 해서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정자원의 경우 대전 본원 외 지역 분원에 데이터 백업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를 가동할 시스템이 부족해 행정 서비스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명 대통령, 공식 사과·중장기 방안 주문
이 대통령은 이날 직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우편·택배·금융 이용이 많아지는 만큼 관계 부처에서는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가동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며 “특히 취약 계층 지원, 여권 발급 등 중요 민생 시스템은 밤을 새워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복원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가 국가 행정망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화위복 계기가 되도록 중장기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영지·하지은·고건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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