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 경기·서울 … ‘수도권’ 하나로 묶다니
‘지역내 생산·공급’ 입법 취지
인센티브·페널티 동시에 가져
인천 전력자립률 191.52% 4위
“일방적 손해는 해결책 아니다”
분산에너지 정책이 ‘차등 전기요금제’라는 난제를 만나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됐고 지난해 6월 시행됐지만 ‘분산에너지 활성화’ 취지를 살리는 정책은 딱히 보이지 않고, 지역 갈등만 부각되며 이를 해결할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분산에너지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담긴 정의를 보면 현재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에서 공급·생산하는 에너지를 일컫는 용어로 해석할 수 있다. 법 취지는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고, 공급 안정을 증대해 국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목적이다. 요약하면 타지에서 전기를 끌어오지 말고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 생산해 쓰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법을 토대로 한 정책 추진은 더디다. 같은 법 45조에 명시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부과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차등 기준에 따른 지역 갈등 요인이 불거져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핵심이다. 차등요금제는 활성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이자 ‘페널티’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전력 생산지에는 보상을, 소비지에 부담을 주는 장치를 만들어 발전 설비 수용성을 높이는 구상이다.
차등 기준에 대한 정부 구상이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차등을 두는 지역 단위를 수도권·비수도권·제주권 등으로 나누는 구상이었다. 법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획일적 기준 때문에 반발을 샀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방안을 인천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인천은 전력 생산지이면서 경기·서울은 전력 소비지다. 2025년도판 한국전력통계(제94호) 기준으로 인천 전력자립률은 17개 시도 가운데 191.52%로 4위, 경기는 62.06%로 12위, 서울은 11.55%로 15위다. 인천뿐 아니라 타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올해 4월 인천을 포함한 부산·강원·충남·전남 등 5개 시도는 전력 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하자는 건의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냈다. 건의문에는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 도입에 앞서 지역별 전기요금에 대한 명확한 적용 기준을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역자치단체별 전력 자립률을 최우선 고려하라는 요구도 건의문에 포함됐다.
섣부른 법 추진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법의 분산에너지 정의와 지역을 구분하는 기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법이 제정된 것이 아니어서 이러한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으로는 법 제정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인천을 비롯해 울산·강원·충남·전남·경북·경남 7개 시도가 ‘전력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추진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며 생산지를 위한 공정한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각 지역의 이슈, 수도권으로 묶이는 인천의 이슈 등 모두 민감한 사안이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아야 하는 방식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전기요금을 올릴 여력은 없는데 요금을 인하하라는 정치적 이슈만 불붙은 상황이다. 정부가 정치권과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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