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권, ‘공실(空室)’·(3)]
경쟁력 약화·날씨 영향… 1기 신도시 주민 고령화 ‘소비 한계’
웨스턴돔·원마운트 대형상권 등장
점포 367곳중 50곳 공실 13.6% 달해
1991년 첫 입주 40대가 70·80대로
“젊은층과 장년층 구매력 10배차이”
2000년대 경기 북부 문화·상업의 중심지는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였다. 2003년 7월 문을 연 라페스타는 약 300m 거리 양쪽에 상점들이 마주보고 있는, 당시엔 낯선 ‘스트리트형 상가’였다.
국내 최초 몰 형식의 쇼핑 공간 라페스타는 서울이라는 거대 시장 앞에서 경기도의 상권들이 이렇다 할 명함을 내밀지 못할 때 쇼핑·미식으로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신도시 이미지를 구축했다. 곳곳서 버스킹이나 음악방송 촬영 같은 이벤트도 열렸고 테라스 카페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평일 오후에 찾은 라페스타에는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만 있을뿐 이전의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특색있던 상점도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네온 사인이 떨어져 나간 곳에는 ‘임대’ 문구가 걸려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라페스타의 점포수는 367개인데 이 중 공실은 50곳으로 약 13.6%가 비어있다. 더 큰 문제는 공실률보다는 지역 상권이 급속도로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라페스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20여 년간 일산을 대표했었는데 이제 인근 회사의 직원들이 잠시 들르는 정도로 상권이 유지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급격한 상권의 몰락에는 여러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이 중 라페스타 성공 후 웨스턴돔, 원마운트, 현대백화점 등 대형 상권 조성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스트리트형 상가란 한계가 손꼽힌다.
무엇보다 1기 신도시 일산의 인구구조 변화가 라페스타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1991년 첫 입주를 시작한 일산 신도시에는 구매력·소비성향이 강한 40대와 청소년 자녀들이 넘쳤지만 30여 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70·80대가 되고 자녀들은 파주 운정신도시 등 타 지역으로 이주해 구매력이 예전 같을 순 없다는 것이다. 고양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고양에는 70대 주민들만 보이는데 파주에는 30·40대가 많다”는 말이 돌 정도다.
인구통계를 분석해보면 일산신도시 입주를 마친 1998년 당시 30~39세·40~49세가 전체 인구(75만418명)의 각 24%(18만2천149천명), 13%(9만7천615명)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았다. 10대와 20대 역시 각각 13%(9만7천678명), 15%(11만1천695명)를 차지했다. 2005년 역시 0~9세 13%(8만4천713명), 10대 15%(9만6천454명), 30대 21%(13만3천875명), 40대 19%(12만1천983명)로 ‘젊은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년가량 흐른 지난해 기준 0~9세 6%, 10대 9%, 30대 14%, 40대 15%로 전체 인구대비 차지하는 비율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0대 6%→15%, 70대 3%→6%, 80대 1%→4%로 비율이 늘면서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라페스타 전성기에는 30~40대와 10~20대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소비문화를 이끌어간 셈이다. 현재 고양시의 인구 구조가 고령화 시대로 변하고 있는 만큼 향후 라페스타를 비롯한 상권의 회복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페스타 상인 김모(51)씨는 “젊은 층들은 커피를 마셔도 6천~8천원이 되는 메뉴에 디저트까지 1만원이 넘는 지출에 주저함이 없지만 장년층은 2천원 안팎의 커피만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구매력만 보면 거의 10배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어 “이미 라페스타는 젊은 층들보다는 중장년들이 찾는 곳으로 상권이 변했다. 고양시와 상인회가 노력하고 있지만 젊은 층이 다시 찾아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주·김환기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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