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무인발급기 중단됐습니다. 번호표 뽑으세요.”
디지털 행정이 일상화된 시대, 대전 국정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정부24 등 일부 전산망이 멈추자 월요일 아침 읍·면·동사무소에는 때아닌 ‘오프라인 발급 전쟁’이 벌어졌다.
29일 오전 화성시 봉담읍행정복지센터. 무인민원발급기 화면에는 굵은 글씨로 ‘일시 중단’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대신 민원 창구 앞에는 대기표를 뽑은 시민들이 줄을 섰고, 의자에 앉지 못한 이들은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안내 직원은 “바로 앞에 있는 무인 발급기를 사용 못하기에 대기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요일 오전치고는 이례적인 혼잡이었다.
30분을 기다려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았다는 정성기(66)씨는 “쉬는 날 겸사겸사 주민센터에 왔는데, 화재 때문에 이렇게까지 불편해질 줄 몰랐다”며 “카카오 사태 때도 그랬지만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본다. 기계에서 바로 뽑을 수 있는 걸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 맞나 싶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치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창구 앞에서는 일부 짜증 섞인 목소리도 간간이 들렸지만, 대부분은 번호표를 손에 쥐고 차례를 기다렸다. 법인 서류를 처리하러 왔다는 오별(33)씨는 “회사 은행 대출 때문에 필요한 서류가 오늘까지인데, 원활하게 발급이 안 될까 걱정된다”며 “복구가 늦어지면 연관된 업무 차질도 생길 수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각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수인분당선 오목천역 등에 비치된 발급기 화면에는 화재 여파로 서류 출력이 불가하다는 안내 문구가 떠 있었고, 평소처럼 서류를 뽑으려던 시민들은 몇 차례 기계를 눌러보다가 이용할 수 없음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렸다.
주민등록 등본·초본 발급은 전국 어디서나 중앙정부 전산망을 거쳐 이뤄진다. 각 지자체 전산망에도 주민정보가 일부 보관돼 있지만,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를 출력하려면 반드시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서버를 통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장애 발생 시 전국 동시 중단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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