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 된 모방심리

 

거짓 신고 출동, 2년새 30% 증가

“선고 시차, 강한 처벌 억제 한계”

“과도대응 자제·민사책임 물어야”

허위 테러 협박을 일삼는 이들은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보다는 범행 후 발생한 사회적 혼란에 쾌감을 느끼려고 하는 충동 심리가 더 크다. 사진은 지난 8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색을 마친 특공대가 이동하는 모습. 2025.8.10 /연합뉴스
허위 테러 협박을 일삼는 이들은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보다는 범행 후 발생한 사회적 혼란에 쾌감을 느끼려고 하는 충동 심리가 더 크다. 사진은 지난 8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색을 마친 특공대가 이동하는 모습. 2025.8.10 /연합뉴스

지난 16일 정오를 앞둔 수원시 한 초등학교. 평화로운 분위기로 다가올 점심시간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화재 대피 훈련’을 한다는 갑작스런 학교 안내에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갔다.

같은 시간 학교 안에는 경찰 특공대, 소방대원, 군 폭발물처리반이 진입했다. ‘학교에 핵폭탄을 터뜨리겠다’는 신고가 접수돼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은 1시간40여분 동안 폭발물을 찾으려 학교를 수색했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허위신고였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가, 초등학교, 백화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허위 테러 협박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반복되는 거짓 신고에 공권력이 낭비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회적 혼란에 자극을 받으려는 모방 심리를 범죄 원인으로 지목한다.

허위 폭파 협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용인시 수지구의 한 대안학교로부터 ‘폭파 협박 메일이 들어왔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4시간 가량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지점 안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와 관계 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합동 수색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없었다.

폭파 협박 신고는 모두 테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관계 당국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매번 대규모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허위 신고 경찰 출동 건수는 2022년 4천235건에서 지난해 5천432건으로 30%가량 늘었다.

지난달 6일 하남시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에 허위 폭파 신고로 경찰서에서 15명, 특공대 10명이 출동했다. 같은달 8일에는 성남시 분당구 님블뉴런 본사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거짓 신고로 경찰서인력 28명, 특공대 8명이 투입됐다.

허위 협박으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는 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형법을 개정해 공중협박죄를 신설하기도 했다.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죄명 신설에도 허위 협박이 이어지면서 범죄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형법의 처벌 수위가 낮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양호민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형법은 다른 범죄와의 경중을 고려해 법정형을 규정한다”며 “공중협박죄의 토대가 되는 협박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같은 요소를 고려했을 때 공중협박죄의 처벌 수위가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범죄를 저질러 체포된 시점부터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 대중에게 억제 효과를 주기엔 시차가 있다”고 말했다.

허위 테러 협박을 일삼는 이들은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보다는 범행 후 발생한 사회적 혼란에 쾌감을 느끼려고 하는 충동 심리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는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면서 민사소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허위 신고로 시민들과 공권력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모방 범죄의 동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사회·경제적 손해가 큰 만큼,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