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훈 대표의 종이 위의 건축

서구 건축과 韓 집 요소 콜라주

베네치아 도제의 궁전 삽입 혼종

비판적 시각 수단 가능성 시도

권태훈 作 ‘타워 빌라 프로젝트’(Log 49). /정예씨 출판사 제공
권태훈 作 ‘타워 빌라 프로젝트’(Log 49). /정예씨 출판사 제공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한국의 집장사 집이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건축가, 드로잉 리서치 권태훈(46) 대표의 종이 위의 건축(paper architecture) 이야기다.

그는 서울 청파동2가에 소재한 한 빌라의 명판 ‘청파 타워 빌라’ 앞에 멈춰 선다. 이름만큼은 타워이고픈 건물주의 마음과 언젠가는 타워에 살길 바라는 세입자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아이러니한 이름이라고 이해한다.

집은 우리들 눈에 익숙한 촌스런 한국의 빌라다. 창문의 모양새와 전체 입면이 풍기는 이미지가 낯설지 않다. 무엇이라고 딱히 짚을 수는 없지만 분명 원전을 참조한 변형된 모습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전문 교육을 받은 건축가들이 원전의 문화적 의미에 얽매여 선뜻 다루지 못했던 요소들을 이 땅의 집장사들은 파편적으로 이식하여 아무런 주저 없이 가져다 쓴다. 나름의 해석을 도입한 결과물이다. 거기엔 고리타분한 혹은 서구 건축의 전통에 편입하기를 갈망하는 엘리트 건축가들의 논리와 개념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렇게 집이 지어진다. 건축에 진짜가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저들의 집은 필시 가짜다.

한국의 건축가들에게 서구건축의 원본에 대한 열등감은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다. 그러하니 원본의 변형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반칙행위다. 비난받을 일일랑 애초에 피해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순순히 받아들일 때 빌라를 짓는 집장사 집들의 용맹무쌍함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연유로 케이팝에 영향을 받은 ‘K-건축’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옥에 꽂히는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한국건축을 대표하기엔 2% 부족하다.

권 대표는 이러한 건축의 시대정황을 주목하며 아파트단지 개발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집장사 집의 요소들을 수집,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일탈의 자유를 만끽한다. 서구건축으로부터, 소위 현대건축의 대가 선생님들로부터, 그는 자유인이고자 한다.

그가 작업한 타워 빌라 프로젝트는 ‘역사적 조각들을 재배치하여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건축적 가능성’에 관한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그가 건축 공부를 통해 배운 서구건축의 원전 빌라 로톤다와 한국의 집장사 집의 요소들로 콜라주 작업을 수행한다. 그렇게 쌓아올린 타워는 예기치 않은 형상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의 빌라들 사이에 베네치아 도제의 궁전을 삽입하여 혼종적 외관을 보여주는 타워의 입면을 보자니 이 땅의 집장사 집의 파편적 요소들이 저리도 멋졌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타워 빌라의 종착지는 ‘타워 팰리스’를 향한다.

그는 건축이 재해석의 매개체이자, 비판적 시각의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구건축의 전통에 편입되지도 한국건축의 현실에 깊이 뿌리내리지도 못한 스스로를 이방인과 같다고 정의한다. 비록 종이 위의 건축일지언정 그가 담고자 했던 건축가의 진심은 충분히 울림이 있었다. 그가 맞선 현실은 더 이상 넘사벽이 아니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