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문학의 여정, 그 길에 새겨진 이름들

 

등단 후 소소한 변화 낯설지만 특별

대단한 예술 아닌 자연스러운 취미

2025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박정현 작가. /박정현씨 제공
2025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박정현 작가. /박정현씨 제공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지난 1986년 첫 공고가 나간 후 경기·인천 지역에서 문단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경인 지역에서 이 전통을 잇고 있는 곳은 경인일보가 유일하다. 창간 80주년을 맞아 신춘문예 등단 작가 3명을 만났다. 올해 소설부문 당선자인 박정현 작가와 1997년 소설부문 당선자 김현영 작가, 1990년 시조부문 당선자 진순분 작가다. 세 사람은 다른 시기에 다른 장르로 등단했지만 모두 ‘문학’을 곁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마다의 길을 걸어온 이들의 이야기는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단순히 한명의 작가를 발굴하는 것을 넘어 한국 문학의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장편 집필하며 성장통… 글쓰기, 평생 함께할 친구”

박정현 작가는 올해 초 등단 후 조금은 달라진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작가라는 이름이 선사하는 일상의 소소한 변화는 그에게 낯설지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박 작가는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동네 어른이 ‘얼씨구 작가님’ 하고 장난스레 말을 걸어온다”면서 “쑥스러우면서도 즐겁다”고 했다.

지난달 초에는 뜻밖의 만남도 있었다. 박 작가의 작품을 읽은 한 대안학교 교사가 충북 제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학생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박 작가는 “소설을 매개로 서로의 경험이 이어지는 순간이 처음이라 새롭고 뿌듯했다”면서 “등단 후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장편 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이야기꾼인 주인공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설정이다. 박 작가는 “한편의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라며 “단편을 쓸 때 마주하지 못했던 문제들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답답하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결국 지나갈 거라 믿는다”고 담담히 전했다.

그에게 소설은 특별한 예술이라기보다 읽기와 쓰기가 순환하는 취미에 가깝다. 책을 읽다보면 쓰고 싶어지고, 쓰다 보면 다시 읽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소설쓰기는 각자의 한 시절을 구분할 수 있는 책갈피 같은 것”이라며 “그냥 지나가면 잊히지만 글로 남기면 그 시절을 붙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글쓰기를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그가 전한 다짐에는 작가로서의 자부심도 묻어났다. 박 작가는 “누군가 ‘너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글 쓰는 사람’이라고 답하고 싶다”며 “사람들과의 만남과 거기서 딸려오는 감정은 날씨처럼 변하고 사라지지만, 제가 먼저 떠나지 않는 한 글쓰기는 항상 곁에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소설은 평생 함께 할 친구”라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