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학생들
교통 문제로 포기하는 한국어 교육
외곽 지역일수록 접근성 ‘사각지대’
“버스를 놓칠까봐 늘 전전긍긍합니다.”
화성시 팔탄면 덕우리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A(19·고등학교 1학년)군은 봉담읍의 화성글로벌센터에 가기 위해 매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통학 시간만 2시간 30분인데, 이마저도 버스를 두 번 갈아타 총 세 대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공장단지 주변에 위치한 집 인근의 마을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잦고, 배차 간격도 1시간에 달해 A군은 늘 불안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는 “버스가 시간대로 안 올 때는 놓치면 1~2시간 지각은 기본이라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에게 함께 센터에 다니자고 해봤지만 통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냥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통 문제로 인해 경기도교육청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고도 수강을 포기한 중도입국 학생이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수강생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사회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교통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중도입국 학생들이 공교육에 진입하기 전 위탁기관에서 한국어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 중인 ‘경기 한국어 랭귀지스쿨’에서 지난 7월 기준 323명이 교통 등의 이유로 교육을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프로그램은 입국 초기 한국어 사용이 어려운 초·중·고 다문화 학생들이 학적을 유지한 채 두 달~한 학기 동안 한국어 집중 교육을 받은 뒤, 원래 학교로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도내 28개 시·군에서 46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본래 외국인 인구가 많았던 지역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센터가 위치해 접근성이 비교적 좋지만, 면적이 넓고 외곽 지역이 많은 시군의 경우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접근성도 떨어져 이용에 제약이 크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문제는 한국어 집중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학생들의 사회 통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이다. 강은이 화성시글로벌청소년센터장은 “학교에서도 센터로 학생들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교통 안전문제가 예민하게 작용하다보니 불안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엎드려 자는 경우도 많아,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센터에 오면 한국어 실력도 늘고 문화활동, 자치활동 등을 통해 잘 적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교육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교통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도 교육협력사업으로 예산을 편성해 스쿨버스 등의 교통 운영비를 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예산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연말에 확정되는 본예산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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