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서 팬덤정치 가짜뉴스 쉽지 않기에
언론의 정론직필 정치 양극화 해소 대안으로
시민사회 목소리 담아 정치권 역할하게 선도
‘인천·경기 사회’의 독립 선언할 역할도 기대
인천시민은 한반도가 일본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해인 1945년 10월 8일, 타블로이드판 ‘대중일보(大衆日報)’가 발행되면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인천’ 독립신문을 갖게 됐다. 대중일보는 창간사에서 “사회 정의의 옹호와 시민문화의 건설을 도모하여 결연히 인천을 기반으로 한 일간신문”이 되겠다고 표방했다. 이는 제국주의 일본은 물론이고 ‘중앙집권’ 사회에 대한 독립 선언이다. 이러한 전통을 지키려는 경인일보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 정의가 바로 서도록 정론직필(正論直筆)을 펼치고, 인천 지역사회에서 지방분권이 실현되도록 힘써야 한다.
■ 경인일보 특종 보도로 ‘공직 비리 감시 운동’ 열려
일례로 일개 공무원의 세무비리로 끝나려던 사건이 경인일보 특종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1994년 가을, 전국을 뒤흔든 ‘인천 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이다. 108명(구속된 78명 중 53명이 공무원)이 형사 처분됐고, 당시 관선 시장이던 최기선 시장은 이 사건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공직 비리’ 사건이었기에 감사원과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는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감사 결과, 전국 259개 시·군·구 가운데 3∼4곳을 제외한 지역에서 세무비리가 적발됐다.
현역 국회의원인 허종식 당시 경인일보 기자는 국민 세금을 떼먹은 용서 받지 못할 사건으로 인식하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검사 방에서 나온 쓰레기통 뒤지기’ 등을 감행하며 연일 특종을 터트렸다. 경인일보가 지켜온 사회 정의 옹호의 단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인천 시민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초창기 시민운동이던 ‘부정부패 추방, 공직 비리 감시’ 운동의 발판이 됐다. 공직자 부정부패 고발센터와 공명선거 활동, 시장 공약 이행도 조사와 의원 외유성 공무 국외여행 감시 활동 등이 등장한 것이다.
시민운동은 언론과의 협력 속에서 성장·발전했다. 민주화운동 당시의 반정부 투쟁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출범을 계기로 대거 평화적 시민운동으로 전환됐고, 언론의 지지 속에 시민사회에 둥지를 텄다. 인천의 경우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 운동, 인천대교 주 경간 폭 확대 운동, 인천항 살리기 운동(인천∼중국 컨테이너 항로 개설, 신항 건설, 인천항만공사 설립, 항만 민영화 반대 등), 해양경찰 부활 인천 환원 범시민운동 등으로 진화·발전했다. 언론과 함께 사회 정의를 옹호하고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주체가 됐다.
■ 지역 언론, 정치 양극화 해소할 마지막 보루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이제 분권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원주의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권은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보수 대 진보’ 프레임에 가두려 한다. 이념 프레임을 움켜쥔 채 진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철저히 당리당략(黨利黨略)에 기반한 사리사욕과 권력욕을 추구할 뿐이다. 게다가 오늘의 기술 발전은 디지털·모바일 시대를 열었지만, 정치권에는 진영·이념 갈등을 더욱 양산할 수 있는 ‘팬덤 정치’라는, 신기술에 기반한 권력 투쟁의 도구를 선사했다.
일례로 우리는 지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경험했다. 세대, 성별, 지역 등 사회적 갈등의 축을 의도적으로 자극해서 특정 집단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전략이 우리 사회를 극단의 정치로 내몰았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가치 중심의 공동체는 파괴됐고, 국민 통합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할 삼권(입법·사법·행정) 분립마저 위협받고 있어, 분명 민주주의 위기다. 다행히도 우리 국민은 ‘팬덤 정치’가 국민 정서를 대변할 수 없는, 일부 정치 세력의 집단 광기임을 분명하게 안다.
이에 지역 언론의 역할은 크다. 제 아무리 팬덤 정치라 하더라도 지역에 뿌리내리긴 쉽지 않아서다. 팬덤 정치가 분열과 혐오를 확산시켜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길 수는 있을지언정 지역사회 담론을 다루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적’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돼 분권화된 사회가 될수록 그들의 설 자리는 더욱 없다. 한 다리만 건너도 확인 가능한 지역사회에서 팬덤 정치가 양산하는 가짜뉴스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기에, 지역 언론의 정론직필은 정치 양극화 해소의 주요한 대안이다. 지방분권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 지방분권 개헌으로 지역 언론 활성화 기반 만들어야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정국이 혼란했지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다 보니 시민의 일상생활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지역 언론도 한몫했다. 지난 30년간 지방자치 성과를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자연스레 우리 국민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대안을 찾았고, 헌법 개정을 통한 대통령 권한 축소, 삼권 분립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전국 시민사회는 중앙(대통령·국회)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권력)을 지방정부와 지방정치에 분립(分立)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역 언론이 지방분권 개헌에 앞장설 때가 온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주도의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단계별(제9회 지방선거, 제23대 국회의원선거) 개헌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진정한 지방분권과 자치, 지방정치를 실현할 절호의 기회가 온 만큼,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담아 지역 정치권이 역할을 하도록 선도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국민적 열망과 ‘주민에게 가까운 정부를 바라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개정 헌법에 고스란히 담아야, 지역 언론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으로 위기에 처한 시민사회와 지방정치, 지역 언론, 자치단체는 자치분권 실현과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 중앙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조직은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일보가 ‘인천’ 독립 선언을 했듯 오늘의 인천·경기 지역사회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과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독립 선언을 할 때다. 경인일보의 역할을 기대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겸 중앙경실련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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