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미디어 천국… 추석, 골라 보다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미드저니 재가공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미드저니 재가공

올해 추석은 개천절(3일)과 한글날(9일) 징검다리 연휴가 겹쳐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만큼, 다른 때보다도 긴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가족 및 연인 등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할 때 가장 익숙해진 방법은 TV다. 그중 OTT(Over-the-top)는 TV의 정규 방송이나 극장가의 영화보다 더 대중적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하나의 큰 수단이 됐다.

OTT의 종류도 많아졌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등 월 단위로 구독하는 서비스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 시청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더욱 고민이 커진다. 긴 연휴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만족해 줄 콘텐츠를 골라야 한다.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부터 박진감 넘치는 액션·스릴과 유머까지.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장르를 불문하고 추석 연휴를 알차게 채워 줄 OTT 콘텐츠들을 추천한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 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우리네 같은 ‘두 여자의 우정’… 섬세한 감정선 일품

‘은중과 상연’은 제목에 등장하는 두 인물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다. 한때 절친한 친구였음에도 ‘절교’까지 했던 사이. 그럼에도 생사의 마지막을 함께 해 달라는 상연의 부탁에 이끌린 은중.

‘선망과 원망 사이’라는 부제목처럼 두 인물의 감정선에 시청자는 몰입하게 된다.

서로를 좋아하고 동경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한 이들의 이야기는 판타지가 아닌 우리의 추억이기도 하다. 은중과 상연 사이 서로 얽힌 지독한 관계를 보면서 시청자는 과거 스스로 겪은 우정들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두 주인공을 맡은 김고은과 박지현의 연기력이 몰입도를 더 높인다. 20대의 불안감, 30대의 치열함, 40대의 여운까지 깊은 감정선들을 두 배우가 절제된 표현과 톤으로 빚어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은중과 상연은 최근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 부문 5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송혜진 작가의 섬세한 필력과 깊이 있는 서사, 조영민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감성적인 연출도 작품 흥행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중과 상연은 모두 15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1부당 러닝타임은 50분~1시간 정도로 긴 호흡에 진행된다. 작품의 장점인 몰입감이 높은 만큼, 최대 10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몰아보기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 에이리언 어스- 디즈니플러스

스릴만점 ‘에이리언 시리즈’… 2120년 지구 배경 컴백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오리지널 영화 ‘에이리언’이 ‘에이리언 어스’라는 이름의 TV 시리즈로 새롭게 구현됐다. 오리지널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후 프리퀄 영화인 ‘프로메테우스’, 관련 최근 작품인 ‘커버넌트’와 ‘에이리언: 로물루스’까지 호평 속에 성공하면서 이번 TV 시리즈에도 시작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에이리언 어스는 공포의 배경이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옮겨진다는 설정에서 이전 시리즈들과 차별점을 갖는다. 시간적 배경은 2120년, 기업들이 우주를 지배하는 근미래다. 거대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 소속의 심우주 탐사선이 외계 생명체 표본들을 수집하던 중 사고로 지구에 추락하면서 시작한다.

단순히 외계 생명체로부터 발생하는 스릴과 공포만이 아닌 인간의 미래와 인공지능(AI)의 윤리 등 다양한 관점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관점 포인트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과 이에 따른 불안감 사이에서 인간은 앞으로 어떠한 발전을 추구해야 할지 등도 고민하게 만든다.

주인공이면서 인간의 의식을 합성체에 이식한 하이브리드 ‘웬디’의 존재는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인간다움의 정의와 생명의 연장이라는 윤리적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가장 큰 관심사다.

에이리언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도 주목받고 있다. 시리즈 창시자인 할리우드의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아 시리즈의 정통성을 유지한다.

총 8부작에 전체 작품이 공개된 상태로 몰아보기가 가능하다. 에이리언 작품을 전혀 접하지 않아도 시청 가능하지만, 영화를 먼저 접한 후에 시청한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크지 않다면 가장 최근작인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 로물루스 등 세 작품을 먼저 접하는 걸 추천한다. ‘페이스허거’의 존재와 AI의 불안감이라는 영화적 설정의 핵심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 크라임씬 제로- 넷플릭스

역대급 스케일·짜릿한 서사 추리 예능 ‘전설의 귀환’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탐정물은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기본적인 본능에 자극적 서사인 살인 사건이 붙으면 책, 영화, 드라마 등 장르 상관없이 빠져들게 된다.

다만, 개연성의 탄탄함과 베일에 싸인 범인의 서사가 얼마나 완벽한지가 그 작품의 흥행을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라임씬’ 시리즈는 롤플레잉 추리 예능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국내 최대 흥행 탐정물 중 하나다. 이전 시즌의 성공을 발판 삼아 ‘크라임씬 제로’라는 이름의 역대급 스케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에 복귀했다.

크라임씬은 용의자와 탐정을 맡은 플레이어들이 사건 현장을 탐색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내는 포맷을 독보적으로 유지했다. 단순한 인공의 세트장을 넘어 한 편의 범죄 드라마가 연상되는 현장의 연출력이 이번 시리즈에 더 다양하게 구현된다.

크라임씬 제로는 그동안 시리즈의 흥행을 이끌며 원년 멤버로 꼽힌 방송인 박지윤, 영화감독 장진, 개그맨 장동민, 배우 김지훈이 출연하고 ‘아이브(IVE)’의 멤버 안유진이 합류해 활력소 역할을 한다.

특히 단순히 범인을 맞히는 게임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그 속에 숨겨진 사연이 더 풍부해지면서 긴장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10화로 하나의 사건당 2개 회차, 2시간 분량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남녀노소 친인척들이 모이는 명절에 TV 앞에서 함께 범인을 추리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최적화된 작품이다.

■ 글래디에이터 1·2- 쿠팡플레이

24년 만에 다시 쓴 복수극 대서사 ‘N차 관람’ 추천

글래디에이터는 2000년 개봉 당시 전 세계가 열광했다. 1편의 감동을 이어올 수 있겠느냐는 기대와 우려 속에 24년 만에 공개된 속편 글래디에이터 2 역시 그 명성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마의 장군에서 하루아침에 노예 검투사로 전락한 1편의 막시무스 이야기는 ‘복수극’ 하면 떠올리게 되는 가장 강력한 서사극이 됐다.

콜로세움에서 펼쳐지는 검투사 경기 장면은 로마 제국 당시의 시대상과 생생함을 감독 리들리 스콧이 강력히 재현했다.

막시무스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는 이 작품을 통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글래디에이터 1은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석권하게 됐다.

글래디에이터 2는 막시무스의 죽음으로부터 20년 후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막시무스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루시우스의 이야기로 전작과 또 다른 대서사를 이어가며 몰입감을 높인다.

두 작품 모두 영광, 복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 욕망이자 이념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봉 시점이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영화 팬들에게는 ‘N차 관람’ 추천 작품으로 회자하고 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