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민속 명절 스포츠에는 씨름을 빼놓을 수 없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과 더불어 프로축구, 프로농구, 골프 등이 추석 연휴에 잇따라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지만, 씨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날 씨름은 설날은 물론 추석 명절에도 가족과 함께 안방에서 TV를 보면서 민속 스포츠의 묘미를 느끼곤 했다.
민속씨름은 1982년 4월 민속씨름위원회가 발족한 뒤 이듬해부터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가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민속씨름은 출범 당시 태백급, 금강급, 한라급, 백두급 4체급으로 시작했지만, 1987년 12월 태백급을 제외하고 3체급으로 운영했다. 그러다가 1991년 5월 금강급까지 없애 백두급(100㎏ 이상), 한라급(100㎏ 이하)만 운영하고 단체전을 신성했다.
민속씨름 탄생 후 일양약품, 보해양조, 럭키증권, 현대, 삼익가구, 부산조흥금고, 인천 등의 팀이 창단돼 부흥을 이뤘다.
이 기간 걸출한 스타급 선수들도 배출됐다. 1985~1990년 씨름 선수였던 ‘씨름의 전설’ 이만기다. 처음에는 한라급과 백두급에서 활동한 그는 이후 백두급으로 활약하며 10차례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만기는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등 총 47번의 장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씨름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쇠퇴기를 겪었다. 잇따른 팀 해체로 프로팀의 활약은 점점 줄어들었고, 마지막 남은 현대 팀이 한국씨름연맹에서 회원 탈퇴를 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이후 씨름은 2016년 3월 전국씨름연합회와 대한씨름협회가 통합한 뒤 ‘2016 추석장사씨름대회’와 ‘2016 천하장사씨름대축제’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하면서 다시 일어섰다. 또 대한씨름협회는 팬들의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
씨름은 2015년 4월 씨름의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해 2017년 1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됐다.
씨름이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다양하고 현란한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씨름의 기술은 ▲손기술(세부기술 10가지) ▲다리기술(7가지) ▲발기술(8가지) ▲허리기술(7가지) ▲들기술(9가지) ▲혼합기술(14가지) 등 크게 6가지, 세부적으로는 총 55가지의 기술로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무너트리는 환희는 씨름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선수가 큰 선수의 힘을 이용해 모래판에 쓰러트리는 장면은 씨름의 백미다.
씨름의 명맥을 이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현재 씨름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분이 됐다.
남자부의 경우 전통의 씨름 명가 수원시청을 비롯, 용인시청, 광주시청 등 경기도 내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장사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경기대와 인하대는 대학에서 최강의 실력을 보유하면서 무수히 많은 스타선수들을 배출, 한국 씨름의 중축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여자부에선 ‘전국 최강’ 안산시청을 꼽을 수 있다. 안산시청은 이번 추석장사씨름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통산 14번째 우승컵을 거머쥘 정도로 전국을 호령하고 있다.
모든 스포츠가 중요하겠지만 우리 고유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은 우리가 지켜야할 유산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있는 종목 대다수가 전국체육대회에서 치러지고 있지만, 여기에는 씨름도 포함됐다. 씨름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에 없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와 씨름인들의 노력으로 씨름은 1980년대 이만기부터 현재까지 많은 선수들이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추석날 연휴, TV에서 방송되는 씨름의 묘미를 제대로 느껴보자.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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