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명절을 보낼 때면 고국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지난 6일 인천 연안부두 한 치킨집에 외국인 3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인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는 선원들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졌다. 이날 인천의 외국인 선원 관리업체인 (주)미진파워는 한국에서 추석을 홀로 보내는 외국인 선원들을 위해 ‘치맥 위로 잔치’를 열었다.
지난 2021년 한국에 처음 왔다는 수반디(35·인도네시아)씨는 한국에서 명절을 보낼 때마다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이 특히 보고 싶다고 했다. 수반디씨는 “한국에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집에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추석 등 명절에는 조업이 없어 집에 있는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 11살인 딸과 5살 아들이 너무 그립다”고 했다.
내년 11월 비자 만료를 앞두고 있는 수반디씨는 한국에서 더 일하기 위해 외국인숙련기능인력 비자(E74)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가 아직도 능숙하지 못하다. 비자 전환을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가족들에게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 국적의 콴뚱남(31)씨는 7년차 선원이다. 친구 소개로 한국에 와 인천에서 처음 꽃게 어선의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뱃일이 힘들지만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일자리”라며 “일할 때는 잠도 잘 수 없고 정말 힘들지만, 금어기에는 가족들을 만나러 베트남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꽃게 운반선을 타는 리팔(32·인도네시아)씨는 인도네시아에서 선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2024년 2월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 선원으로 일하는 게 힘들지만 아들(6)과 딸(2)을 생각하면 기운이 난다고 라팔씨는 말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서 명절을 보낼 때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연휴기간에 조업에 나갈 때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 지금은 행복하다”며 “이번 추석도 7일까지 쉬고, 8일부터 조업이 예정돼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페리(26·인도네시아)씨는 지난 8월 결혼한 새신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직업학교를 나온 뒤 일본에서 배를 타다가 지난 2021년 4월부터 한국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친구 소개로 SNS로 연애를 이어가다가 최근 휴가를 내고 고향에 돌아가 결혼을 하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페리씨는 지난 2023년 전남 신안군 임자도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24t)의 생존자이기도 하다. 인천에서 출발한 해당 어선에는 모두 12명이 승선했으나 페리씨와 한국인 선원 2명 등 3명만 살아남았다. 페리씨는 “당시 사고 소식이 가족에게도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선원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 걱정이 컸다”며 “그래도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배를 탔다. 최근 결혼도 했으니 내년에 인도네시아에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선원통계를 보면 국내 연근해 어선의 외국인 선원은 2021년 8천916명, 2022년 9천242명, 2023년 1만199명, 지난해 1만268명으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보통 12명이 승선하는 20t 이상 어선의 경우 선장과 갑판장, 기관장 등을 제외한 일반 선원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우리의 이번 추석 밥상에 오르는 꽃게 등 수산물도 외국인 선원의 손을 한 번쯤은 거친 셈이다.
이번 치맥 행사를 주최한 (주)미진파워 이영한 이사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이 명절에라도 함께 모여 기분을 전환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치킨과 맥주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인천지역 선주와 외국인 선원 등을 대상으로 선원 인권교육과 안전교육 등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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