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추석 연휴 이틀째인 4일 한복 차림으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명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덜어내고 모두의 살림살이가 더 풍족해질 수 있도록 국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산업과 나라가 다시 성장하고 힘차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5.10.4 /KTV 캡처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추석 연휴 이틀째인 4일 한복 차림으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명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덜어내고 모두의 살림살이가 더 풍족해질 수 있도록 국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산업과 나라가 다시 성장하고 힘차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5.10.4 /KTV 캡처

여야가 이재명 대통령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놓고 추석 연휴 내내 벌인 공방이 고소·고발로 비화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정자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대통령은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다”며 예능 촬영 일자 공개를 촉구했다. 이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화재 발생 시점인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의 대통령 대응 일정을 공개하고, 주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예능 촬영 일자는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요리 예능은 국가전산망 담당 공직자의 극단적 선택 여파로 하루 늦춰 6일 방영됐고, 녹화일이 지난달 28일인 사실도 밝혀지면서 여야 공방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합세해 국가재난 상황에서 예능 촬영을 강행한 대통령의 처신을 문제 삼았다. 여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실 대신 나서 국민의힘의 공세를 대통령에 대한 흑색선전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주 의원과 장동혁 대표를, 주 의원은 강 대변인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고소했다.

애초에 이럴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국가 재난에 대처할 중대본 회의 주재에 앞서 예능을 녹화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방송사가 예고편을 방송한 프로그램이었다. 예능 촬영 일정을 밝히고 출연 배경을 설명한 뒤 양해를 구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다. 주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대뜸 허위사실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 운운하면서 일이 꼬였다. 그 탓에 국가재난 대처에 바쁜 대통령이 국가 대명절인 추석에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던 통치행위가 추석 연휴 정쟁거리로 전락했다.

고소·고발전으로 번진 사태가 일거에 해소될 리 없다. 국정감사와 여야 강경파들에 의해 확대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이 엄중하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 국가전산망도 복원해야 하며, 불안한 경제지표를 안정시켜야 하고, 경주APEC 다자외교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활로를 뚫어야 한다. 여야가 의도적으로 정쟁을 자제하고 선제적 협치 경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을 정쟁의 한복판에 세워 진영의 결속만 꾀한다면, 나라와 국민은 길을 잃는다. 여당의 대통령 보좌 방식은 변해야 하고, 야당의 정권 비판은 국가·국민 차원으로 격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