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 대량 구금 사태는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쇠사슬과 수갑으로 묶인 채 열악한 구금시설에 억류된 파견 인력을 보면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앞에 한미 동맹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깨달아야 했다. 그런데 미국 이민당국이 벌인 난폭한 단속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주노동자들에게 흔히 행해지고 있다.
지난달 울산에서는 출입국사무소가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약 50명을 수갑 채워 연행했다. 지난 6월 충주에서도 25명의 이주노동자가 신분증 미소지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연행됐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단속 방식은 기습적이고 폭력적이다. 이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거나 임신 여성이 유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인권침해가 반복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민간단체가 벌이는 ‘이주노동자 사냥’이다. 이들은 공권력도 없이 이주노동자를 체포하고 폭행하며, 그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하는 등 ‘한국판 KKK’라고 불릴 정도이다. 최근 이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활동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의 단속 정책은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유입 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단속을 강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단속의 주요 대상은 아시아계 노동자들로, 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미국인 등 서양인들은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단속하지 않는 이중 잣대도 문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는 ‘출입국사범 단속 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이 명시되어 있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의 인권침해 사태에 분노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줄지 않고 있다. 단순한 단속 강화를 넘어 체류권 보장과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법 고용주와 브로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를 보장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적 체류 전환 경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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