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926년 일제강점기 수산업 육성이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 황해도 옹진군 용호도에서 설립된 이 학교는 전국 수산계 고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통을 지녔다. 인천에서는 인천고(1895), 송도고(1906), 인천여고(1908)에 이어 네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진 학교다.
그러나 오랜 역사에도 시민들 사이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인천해양과학고의 발자취는 곧 인천이 바다와 맺어온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명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6·25전쟁 때는 황해도 옹진에서 피난 내려와 도화동과 월미도를 거쳐 오늘의 터전에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약 1만4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인천 해양·수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 중에는 해양과학고 출신들이 많다.
그럼에도 정작 인천시와 교육계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도권 유일의 해양특성화 고등학교지만 학교의 위상은 정작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다가올 100주년은 학교만의 기념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천시와 교육청, 학교와 동창회, 시민 모두가 함께 성찰하고 기념해야 한다. 그래야 인천해양과학고의 100년이 인천의 역사 속에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다.
마침 최근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인천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니라, 수도권 해양 거점 도시로서 인천이 어떤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가질 것인가와 직결된다. 인천해양과학고의 100년은 인천이 바다와 해양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이기도 하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바다는 과거 존재를 기록한 가장 위대한 문서”라고 했다. 인천해양과학고 100년의 역사는 곧 인천 바다가 기록해 온 위대한 문서의 한 장이다. 이제 인천시와 교육청, 그리고 시민이 함께 바다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교육·산업·정책 전반에서 더 큰 관심과 투자를 기울일 때,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에 머물지 않고 도시와 해양을 연결하는 소중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의진 제물포해양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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