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즌이다.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인류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헌정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부문을 릴레이 발표 중이다. 지난해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었다는 자부심으로 온 국민의 가슴이 부풀었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까지 총 2회 수상에 머문다.

올해 일본은 노벨상 2년 연속 배출로 떠들썩하다. 지난해 생리의학상에 이어 이번엔 생리의학상과 화학상까지 2관왕 겹경사다. 지난 6일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이틀 뒤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가 화학상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1949년 유카와 히데키 박사의 물리학상 수상 이래 개인과 단체 포함 무려 31번째다.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 문학상 2명, 평화상 개인 1명·단체 1곳에 달한다. 1969년 신설된 경제학상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수상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연속 화학상, 2002년 화학상·물리학상 동시 배출까지 성적표가 화려하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아시아에서 단연 독보적 1위다. 오랜 시간 기초·응용과학에 관심을 기울인 국가와 민간의 투자와 노력의 결과다. 미래 의학의 꽃이라는 줄기세포 분야만 봐도 그렇다. 출발이 빨랐던 한국이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트라우마에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이 치고 나갔다. 2012년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의 생리의학상 수상은 2014년 재생의료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과감한 투자와 규제 완화로 줄기세포 치료제 R&D(연구개발)는 탄력을 받았다. 한국은 2020년에서야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을 처음 제정했다. 늦었지만 안전성 등 한국만의 장점을 살려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일찍이 국가인재 육성에 노력해왔다. 1999년 시작된 BK21(Brain Korea)로 과학기술자 지원과 연구 토양 조성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정부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연구의 연속성을 가로막았다. 지난 윤석열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됐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위축과 인재 유출은 곧 국가적 위기다. 과학인재와 과학자본이 없으면 노벨상은 언감생심이다. 한국 기초과학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노벨상 지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