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농장에서 발견된 골프공. 2025.10.10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시민 농장에서 발견된 골프공. 2025.10.10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10일 오전 10시 반께 찾은 수원시 권선구 한 대형 골프장. 주변 공원의 초입에 마련된 농장에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이 심은 농작물 사이로 하얀색 골프공이 땅 속에 단단히 박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는 골프공의 위협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에 난데없이 골프공이 날아들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인근 골프장의 안전 관리 부실로 지나가던 시민이 다치는 등 피해가 벌어지고 있지만, 시는 관련 법률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 관리에 무심한 상황이다.

지난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이곳에 조성된 산책로를 걷던 이모(85)씨는 난데없이 날아든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두피가 찢어지는 등 크게 다쳤다. 이씨의 가족은 “인근에 다른 골프장이 없기 때문에 골프공이 날아올 곳은 사실상 하나다. 그런데 해당 골프장에서는 ‘우리 골프공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며 “시청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사고 지점 근처로 가 보니 골프장 부지 경계에 쳐진 초록색 그물망이 사실상 안전 조치의 전부임을 알 수 있었다. 골프장 내 연습장은 사방을 비롯해 천장까지 그물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연습장 옆에 있는 라운딩장이 문제다. 공원 쪽으로 쳐진 그물망이 전부일뿐더러 높이도 낮았다. 망 너머로 공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라운딩장 정면에 있는 인도 옆에는 5~6개의 골프공이 떨어져 있었다. 농장에서 수년째 텃밭을 가꾸는 정모(52)씨는 “이 씨가 사고를 당한 지점 근처에서 친구가 지난해 같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1년 넘게 시민들을 향해 골프공이 날아들고 있지만, 수원시는 관련 법령을 이유로 들며 관련 안전 관리 조치를 주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련 법률에 그물망 등을 설치해야 된다고 나와 있을 뿐 재질, 규모 등 상세한 기준이 따로 없어서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다만 해당 골프장에 보수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골프장 측은 수차례 연락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