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당 20만원 육박… 사상 최고치

도내 귀금속 거래소 엇갈린 풍경

가격 부담에 주얼리 시장은 위축

금융권 ETF에는 자금 유입 활발

10일 오후 도내 한 귀금속 매장에 손님들이 금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10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10일 오후 도내 한 귀금속 매장에 손님들이 금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10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시세도 g당 2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값 급등에 경기도 귀금속 시장은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투자자가 뒤섞인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감 기준 금 현물은 전 거래일 종가(18만7천300원)보다 1만2천430원(6.64%) 오른 g당 19만9천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20만2천15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20만원 선을 기록했다.

연일 금값이 치솟았던 주말 사이 도내 귀금속 상가의 풍경은 엇갈렸다. 화성의 한 귀금속 거래소에는 금값 급등 소식이 전해지자 집안에 있던 금붙이를 팔러 나온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 오르기 전 사둬야 한다며 순금을 쟁여두려는 노부부도 눈에 띄었다.

반면 금반지·목걸이 등 금 가공품을 파는 주얼리숍은 한산했다. 수원 영통구의 한 주얼리 매장 관계자는 “금값은 계속 오르는데 제품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어 마진이 점점 줄고 있다”며 “오늘 하루 손님 한 명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10일 오후 도내 한 귀금속 매장에 한 손님이 판매할 금을 감정 받고 있다. 2025.10.10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10일 오후 도내 한 귀금속 매장에 한 손님이 판매할 금을 감정 받고 있다. 2025.10.10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실물 금 거래가 위축된 사이 금융시장에는 ‘금테크’ 자금이 거세게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3개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의 골드뱅킹 잔액은 합산 1조4천171억원으로 한 달 새 약 2천700여억원이 늘었다. 연초 이후 증가폭만 6천300억원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금 ETF 4종(TIGER KRX금현물, ACE KRX금현물, KODEX 금액티브, SOL 국제금)의 시가총액은 총 9천282억원이다. 이중 국내 대표 종목인 ‘TIGER KRX금현물’의 경우 8월 말 종가 1만285원에 거래됐지만 이날 1만3천430원에 거래를 마쳤다. → 그래프 참조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값이 급등하면서 실물을 직접 보관하기보다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 ETF나 골드뱅킹으로의 자금 유입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급등의 근본 요인으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장기국채에 대한 신뢰 상실이라 진단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불안이 확산되며 해당 국가의 국채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하면서 랠리가 시작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초기 수요보다 투자 심리가 과열된 거품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