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일가족 4명 사망’ 원인 지목
식당서 단칸방 생활… 탈출 어려워
사생활 침해 점주 거부 ‘단속 사각’
가평군의 한 횟집에서 난 화재로 일가족이 숨진 사고(10월13일자 7면 보도)와 관련, 식당 내부에서 생활하는 ‘숙식 장사’가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가평 청평면의 횟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4명은 가게 내부 ‘단칸방’(대략 9㎡)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40대 부부와 10대 남매로 일가족인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화재 이후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단칸방에서 자녀들과 생활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단칸방은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 없이 식당 정문을 통해서만 출입하는 구조인 반면 방 내부는 방범창으로 탈출이 어렵고 소화기도 비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근린생활시설인 해당 건물에서 새벽 시간대까지 숙식 등을 이어온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건축법과 식품위생법상 근린생활시설인 음식점을 주택 용도의 주거지로 둘 수 없다. 숙직실 역시 불법이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인정하는 대규모 사업장 등에만 최소 면적과 환기, 냉난방 등을 제공하는 휴게시설을 둘 수 있다. ‘식당 겸 주택’으로 불리는 복합 건물의 경우 층 등으로 두 시설이 구조적으로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
합동감식으로 구체적 원인 등을 조사 중인 경찰과 소방도 위반건축물 여부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식당 내에서 거주 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안들이 여럿 발견됐다. 일가족이 모두 숨진 중대한 사안인 만큼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숙식 장사가 불법이며 화재에 취약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업허가를 내주는 지자체가 관리 주체인 반면 여건상 제보를 통한 단속 등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시 점검 등을 나갈 경우에도 영업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점주에게 거부당하기 일쑤다.
주로 고령의 영세 자영업자나 생활고 등에 처한 주인·가족, 외국인 종업원 등이 식당 내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내부 개조가 쉽고 가벽을 만들기 쉬운 노후 건물에서 암암리에 진행된다.
지자체 관계자는 “영업 신고를 근린생활시설로 내고 영업 중일 경우 주택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도심이 아닌 가건물과 노후 건축물이 많은 도농복합 지역에서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건물 관계자가 신고하거나 직접 식당 내부까지 들어가 단속하지 않는 이상 확인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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