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천서만 20억 피해

허위 신분·해킹 계정으로 SNS 접근

친밀감 쌓은 후 송금 요청 특징

경찰, 작년부터 신종 사기 분류·집계

“온라인상 만남 경계심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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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사는 여자친구가 구글 기프트 카드를 보내달라고 해서….”

인천에 사는 김은철(가명·65)씨는 채팅앱에서 한 외국인 여성을 알게 됐다. 앱을 통해 매일 대화를 나누던 김씨와 여성은 서로의 일상 이야기는 물론 고민 상담까지 하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친밀감을 쌓은 그에게 여성은 수상한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구글 기프트 카드’ 100만원 어치를 구매한 후 카드에 적힌 핀(PIN) 번호를 알려주면, 그보다 훨씬 많은 5만 달러를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이다.

로맨스스캠은 허위 신분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만들거나 타인의 계정을 해킹한 후 피해자에게 접촉해 연락을 이어가며 돈을 편취하는 범죄다. 피해자와 친밀감을 쌓은 후 관계를 이용해 송금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로맨스스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김씨는 기프트 카드 구매에 앞서 달러 수금용 계좌 개설을 위해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의 한 은행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은행원의 설명으로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다행히 여성과의 연락을 끊었다.

지난달 19일 미추홀경찰서는 김씨를 설득해 금융 사기 피해를 예방한 이 은행원에게 감사장을 건넸다.

그는 “손님을 설득해 보게 된 휴대폰 화면에는 금발 여성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허술한 번역체로 나눈 대화가 눈에 띄었다”며 “로맨스스캠에 대한 인지가 어느 정도 있는 젊은층이라면 쉽게 알아챘을 수준의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와 같은 손님들은 범죄 피해가 의심됨에도 휴대폰 화면을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해 피해 사실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사기 범죄 유형 중 ‘로맨스스캠’을 따로 분류해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로맨스스캠 범죄 건수는 49건, 피해 금액은 20억원에 달한다. 전국으로는 1천265건, 67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람과의 소통이 점차 줄어들고 교류에 대한 갈망이 큰 고령층은 연애 감정을 이용해 접근하는 로맨스스캠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며 “로맨스적 감정을 극단으로 올려놓은 후 피해자의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게 만드는 게 수법”이라고 했다.

이어 “중장년층도 SNS를 쉽게 이용하는 시대인만큼, 온라인 상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