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벼’ 경기도 농민 시름

콤바인에 이삭 엉켜 추수 불가능

‘도복현상’에 30% 수확도 어려워

과수 농가도 ‘당도·색 빠짐’ 우려

17일까지 수도권에 비예보 ‘근심’

13일 김포시에서 벼농사를 짓는 송모씨가 수확을 앞두고 가을비로 인해 쓰러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2025.10.13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13일 김포시에서 벼농사를 짓는 송모씨가 수확을 앞두고 가을비로 인해 쓰러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2025.10.13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지금 내리는 비는 벼농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3일 오후 김포시의 한 논 앞에서 만난 송모(66)씨는 이같이 말하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송씨는 논에 쓰러진 벼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계속되는 비로 수분을 머금어 무거워진 벼는 논바닥으로 쓰러지는 ‘도복현상’으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송모씨는 “예년 같으면 지금 바닥이 말라 금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가물어야 하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린다”며 “이번 주에도 비가 계속 온다고 하니 벼들이 더 쓰러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성시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모(44)씨도 “날씨가 좋지 않아 30%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가 계속 오면 벼들이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벼농사의 경우 비가 오면 추수를 하고 싶어도 콤바인에서 이삭이 엉켜 붙어 정상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논에 물을 빼고 벼를 어느 정도 말려 추수를 한다.

그러나 이달 들어 도내에 계속되는 비로 추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비로 인해 쓰러진 벼들이 논바닥에 파묻히면 이삭을 온전하게 수확하기 힘들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래저래 추수 시기에 내리는 비는 농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셈이다.

도내 과수 농가 역시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김모(63)씨도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김모씨는 사과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계속되는 비로 당도가 떨어지고 사과 색깔이 빨갛게 되는 착색이 잘 이뤄지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사과는 햇볕을 많이 봐야 당도가 높아지고 착색도 잘 된다. 김모씨는 “착색이 잘되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농가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 수밖에 없어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때아닌 가을비로 경기도 내 농민들이 웃지 못하고 있다. 이삭을 어느 정도 말려야 수확이 가능한 벼농사부터 햇볕을 받아야 색깔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아지는 과일농사에 이르기까지 가을비 때문에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기상청은 최근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고기압이 위치하며 온난다습한 공기를 북상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주기적으로 남하하며 그 사이에서 형성된 비구름이 한반도에 영향을 줘 자주 비가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야 하지만 수도권에는 오는 17일까지 비가 계속될 전망이라 농민들의 근심을 더 하고 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