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2’ 실사판, 캄보디아 ‘웬치(园区·범죄단지)’. 2010년대 중국자본이 캄보디아 카지노·리조트 사업에 대거 진출했다. 이후 중국계 범죄조직은 이권을 노리고 캄보디아에 줄지어 둥지를 틀었다. 2020년대부터 ‘동남아의 파리’로 불렸던 수도 프놈펜과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쪼암, 포이펫, 코콩, 바벳 등 국경지대에 범죄도시 벨트를 형성했다. 국제엠네스티가 확인한 웬치만 16개 도시 53개 단지에 달하고, 400개 가까운 웬치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웬치가 활개 치는 배경에는 부패한 고위 관료와 범죄조직의 결탁이 있다. 조직은 매달 거액을 상납하고, 돈맛에 취한 가난한 나라의 공권력은 범죄조직의 뒷배가 된다. 양지의 공권력과 음지의 폭력이 범죄 카르텔을 형성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웬치는 과거 무법천지 마굴(魔窟)로 불린 홍콩 ‘구룡성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캄보디아 상황은 지표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158위다. 세계 조직범죄지수도 2023년 기준 193개국 중 16위다.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추산한 캄보디아 사기산업 규모는 연간 125억달러(약 17조8천75억원), 지난해 GDP(국내총생산)의 40%에 달한다.

범죄조직의 야만적 행각은 영화 속 상상력을 능가한다. “고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하루 한 명꼴로 사망한다.” “안구를 적출하고 장기매매, 인신매매도 빈번하다.” 생지옥을 경험한 이들의 섬뜩한 증언이다. 한국인은 몸값 높은 표적이다. 현금화 가능 자산이 많고 인터넷 송금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월 1천만원+인센티브’ 유인책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청년들을 포획한다. 캄보디아에 입국하자마자 여권을 뺏기고 감금돼 협박·고문에 시달린다. 대포통장 대여, 보이스피싱, 리딩방 사기, 로맨스스캠 등 각종 범죄에 동원된다.

대학생 박모씨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성남·인천 등 전국에서 실종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수년간 동남아발 범죄 대응에 국가적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으니 ‘자경단’ 같은 범죄단체 추적 채널까지 등장한 것 아닌가. 현지에서 활동 중인 오창수 선교사가 구조한 한국인이 올해만 50명이 넘는단다. 한시가 급하다.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 참극을 끝내야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세계 5위권 군사강국이라는 위상이 민망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