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골 나기초, 생애 주기 아우른 통합 접근
무료 공동 시설, 여성 독박 육아로부터 해방
문화를 통한 공동체 속 ‘사회포섭’ 작업 시행
내년 6·3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점차 분주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후 처음 치르는 전국단위의 선거여서 지방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소멸할 것”이라며 관계자들에게 세종시에 대통령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의 조속한 건립을 촉구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라며 자신의 공약인 ‘5극3특’ 추진에도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수도권 1극이 아닌 5개의 발전 중심부(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에 더해 강원·전북·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기업이 지방에 있어야 한다”며 세금 및 전기료 감면, 공장 부지 헐값 제공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센티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 7월 경북 의성군은 일본의 시골 마을인 나기초(奈義町)의 오쿠 마사치카(奧山昌親) 초장(町長)과 관계 공무원들을 초빙해 저출생 극복 경험을 청취했다. 나기초는 도쿄에서 서쪽으로 600여㎞ 거리에 있는 오카야마현의 인구 6천여 명의 산촌(山村)인데 나기초의 출산율은 2019년 2.95명으로 일본서 가장 높다. 코로나 시기이던 2021년에도 2.68명을 기록, 일본의 전체 합계출산율 1.39명보다 2배 가량 높다. 나기초에서 아이를 키우는 760가구(전체 2천533가구) 중 48%는 자녀가 셋 이상이다. 자녀가 둘인 경우도 40%에 달한다. 이 마을의 대다수 어머니들은 “아이가 두 명만 있는 건 왠지 쓸쓸해”라고 말한다.
나기초는 일본의 여느 지방처럼 소멸 중이었다. 2002년에 6천700명이던 인구수가 점차 줄어 전문가들은 2015년에는 5천명대, 2025년에는 4천명대로 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마을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기적의 비결’에 대해 나기초 사람들은 ‘무료 공동 육아’를 첫손으로 꼽았다. 마을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육아시설인 ‘나기 차일드 홈’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는데,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녀를 같이 돌보거나 맡길 수 있다. 매일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들 데리고 이곳에 모여 정보교환과 상호부조를 하고 있다. 상주 직원인 ‘육아 어드바이저’도 6명 있는데 자원봉사 할머니들이 일손을 보태고 있다. 어머니들을 ‘독박 육아’로부터 해방시켰다.
나기초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단편적인 출산 장려책이 아닌,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택했다. 오쿠 마사치카 초장은 나기초의 철학을 ‘아이 중심 사회’로 정의하며 주민과 행정 간의 신뢰 구축, 어린이의회 운영, 지역공동체의 유기적 참여 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마을의 방침은 ‘다른 마을이 하고 있는 좋은 일은 최고 수준으로 시행한다’이다.
나기초에서는 아이를 기르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기능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다수의 공영주택을 지어 헐값에 임대하고 일본의 현대건축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건축가 시소자키 아라타(磯崎新)가 만든 훌륭한 현대미술관과 도서관을 갖추고 있다. 2017년 현대미술관 옆에 화덕피자를 갖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유치, 점심때부터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서는데 고객의 80%는 여성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 공연 예술인 농촌 가부키(歌舞伎)를 꾸준히 계승해오고 있으며 어린이 가부키도 매년 공연하고 있다. 나기초의 공무원은 80명인데 2명이 가부키 전담직원이다. 나기초는 작지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마을이다. 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공동체로 끌어들이는 ‘문화를 통한 사회포섭(social inclusion)’작업을 여행(女幸) 위주로 시행하고 있다.
25세부터 35세 사이의 세대가 이주해 오는지 여부가 자치단체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젊은 세대의 거주지 선택기준은 일터 부근이 1순위이나 지방의 경우 이동시간이 30분 이내이면 어디에 살아도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자녀를 기르는 가정은 아이의 성장환경을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문화의 달에 즈음한 단상(斷想)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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