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리고 주먹에 맞고 ‘무방비’

혼자 감당… 주취자 등 시비 잦아

촬영 자구책 “대응 안전교육 필요”

지난 14일 화성시 동탄에서 배달기사가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혼자 일하는 배달기사들이 범죄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거리에서 배달 기사가 일하는 모습. 2025.10.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14일 화성시 동탄에서 배달기사가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혼자 일하는 배달기사들이 범죄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거리에서 배달 기사가 일하는 모습. 2025.10.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군포시에서 활동하는 6년차 배달기사 원모씨는 3년 전 사비로 보디캠을 구입했다. 이미 오토바이 앞·뒤에 블랙박스를 설치했지만 고객 등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배달 중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상가에 들렀다가, 앱으로 이동 경로를 본 고객이 왜 곧바로 오지 않았냐고 화를 내며 면전에서 배달을 취소한 적도 있다”며 “배달 도중 손님과 예기치 못한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증거 수집과 대응을 위해 항상 보디캠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보호책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방안을 강구하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화성시에서 배달기사가 일면식도 없는 거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배달 기사들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디캠 착용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7시30분께 화성시 오산동 오피스텔 건물 복도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던 50대 배달기사가 30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중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는 수술을 마친 뒤 현재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며, 배달기사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화성시 동탄에서 배달기사가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혼자 일하는 배달기사들이 범죄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거리에서 배달 기사가 일하는 모습. 2025.10.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14일 화성시 동탄에서 배달기사가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혼자 일하는 배달기사들이 범죄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거리에서 배달 기사가 일하는 모습. 2025.10.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배달기사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 서울 중랑구에서는 “1만원을 줄 테니 집까지 태워달라”는 만취한 남성의 요구를 거절한 배달기사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6월 충북 청주에서는 한 남성이 길가에 세워져있던 오토바이를 넘어뜨린 뒤 난데없이 배달기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일도 있었다. 홀로 일하는 배달기사들의 특성상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범죄로 이어지거나 갑작스런 주취 등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이에 배달기사들의 안전 교육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성중 라이더유니온 경기지회장은 “많은 라이더들이 보디캠이나 액션캠을 사용하는데, 손님이나 카페 등에서 ‘지금 나를 촬영하고 있느냐’며 시비가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안전교육에서 보디캠 활용법이나 사고 대응법 등을 배우면 최소한의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데 의무가 아니어서 참여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2021년부터 배달라이더를 대상으로 온, 오프라인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목표 교육 인원은 상반기에 달성한 상황”이라며 “교육 참여자에게는 안전용품 구입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